[동대구로에서] 이륜차 난폭 주행은 단속의 문제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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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0  |  수정 2023-05-10 07:03  |  발행일 2023-05-10 제26면
이륜차 사고 10년새 66%↑

지난해만 420명 목숨 잃어

난폭 운행은 사회적 과제

번호판 개선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단속이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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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4천457건. 불과 이틀간 서울 이면도로 16개 교차로에서 행해진 이륜차 법규 위반 건수다. 매일 전국의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이륜차 법규 위반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위반 항목을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규정된 12대 중과실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신호 위반'이 2천173건(48.8%)으로 가장 많았다. 또 다른 중과실 항목인 '인도 침범'도 498건(11.2%)에 달했다. 중과실 적용을 받는 법규 위반을 밥 먹듯 하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가 2021년 9월에 진행한 이륜차 법규위반 실태 조사에서 나왔다.

법규 위반이 잦은 만큼 사고도 잦을 수밖에 없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륜차 교통사고는 1만8천624건에 이른다. 2011년 1만170건에 비해 66.73%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사고 건수가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교통사고는 2011년 22만1천711건에서 2021년 20만3천130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륜차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륜차의 난폭 주행 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선결 과제'다. 이륜차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면 번호판 부착과 번호판 크기 확대다. 이미 전면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자는 법안은 앞서 두세 차례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기 저항으로 핸들 조작이 어려워져 안전 운전을 저해하고, 충돌 사고 시 번호판이 운전자나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륜차 구조상 전면부에 번호판 부착이 힘든 경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국토부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이륜차 번호판 개편을 예고했으나 여러 문제로 실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면 번호판을 단다고 해도 이륜차가 도로 바닥에 깔린 단속 센서를 피해 주행하면 무용지물이다. 갓길이나 인도를 넘나드는 이륜차 특성상 얌전히 단속 카메라를 향해 운행할 리 없다.

번호판 크기 확대안 역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은 차량 번호판보다 작은 게 사실이다. 차량 번호판 가로 크기는 52㎝인데 이륜차 번호판은 21㎝에 불과하다. 번호판 크기를 확대하는 것은 하나의 대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도로 위 이륜차를 보면 번호판 식별이 쉬운 경우가 많지 않다. 긴 체인형 자물쇠로 번호판을 가리거나 일부러 오염시키고 찌그러트린 채로 운행한다. 심지어 번호판이 없는 '무판' 이륜차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번호판 크기를 크게 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후면 번호판을 인식하는 단속 시스템도 그만큼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륜차 난폭 주행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단 단속의 문제다. 법규 위반을 해도 걸리지 않으니까 계속 난폭 주행을 일삼는 것이다. 번호판을 훼손해도 심지어 '무판'인 상태에서 운행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경찰의 대대적인 집중 단속도 '반짝'이다. 대형 사고가 일어난 뒤 등 떠밀려 단속에 나서고 활동 홍보에만 치중한다. 경찰 인력 부족을 토로하려면 지속적인 단속을 먼저 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지난해 2천916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 420명은 이륜차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같은 기간 살인 사건으로 숨진 인원(652명)에 필적하는 숫자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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