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포항본부 부지 일부 매각…국가중요시설 보안 우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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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0 09:20  |  수정 2023-05-20 15:51  |  발행일 2023-05-20
한국은행 포항본부, 벙어리 냉가슴 앓아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지 일부 매각…국가중요시설 보안 우려
한국은행 포항본부 본관 전경.

한국은행이 포항본부 부지 일부를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가 중요 시설물에 대한 보안·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포항지역 재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쯤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에 있는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지 1천983㎡(600평)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에게 매각했다.

민간에 팔린 땅은 포항본부 내 테니스장 부지로 감사원 지적에 따라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고 한다. 감사원이 수년 전부터 한국은행 지역본부의 유휴 부지 방만을 지적해 왔고, 감사 때마다 미이행을 거듭 지적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10여 년 전부터 포항본부 테니스장 등 유휴부지를 매각하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한국은행 본부의 검토를 토대로 지난해 민간에게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니스장은 과거 포항본부와 함께 직원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졌는데, 감사원은 테니스장을 포함한 포항본부 전체 면적 대비 직원 1인당 사무 용적이 넓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국가 중요시설인 한국은행 포항본부 바로 옆에 민간 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포항본부는 국가 중요시설 다급이다. 다급은 적에 의해 점령이나 파괴돼 기능 마비 시 제한된 지역에서 단기간 통합방위작전 수행이 요구되며, 국민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들로 한국은행 지역본부와 함께 중앙행정기관의 청사, 국가정보원 지부, 국공립 기관 등이 해당된다.

실제로 포항본부 땅의 최종낙찰자는 부산의 한 건설업체로, 주상 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 전문 건설 업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계약금 약 10억 원을 납입했다.

이 업체가 잔금을 모두 치르게 된다면, 포항본부 바로 옆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된다. 층수는 미확정이나 높은 위치에서 포항본부 본관을 훤히 내려볼 수 있게 돼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보안이 우려된다.

더군다나 포항본부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나, 한국은행 본점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계자는 "한국은행 본부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어 매각이 진행됐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 정·재계 관계자는 "테니스장 부지는 인근 사유지와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는데, 향후 국가 중요시설인 포항본부 바로 옆에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 지적에 따른 포항본부의 부지 매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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