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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발 구제역발생으로 3주간 휴장 청도소싸움경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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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싸움경기장 우사동이 텅비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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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비어 있는 청도소싸움경기장 주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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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직전인 지난 7일 열린 청도소싸움경기장 모습.<청도공영공사 제공> |
지난 11일 충북 청주에서 4년여 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청도소싸움경기가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청주발 구제역 발생 후 2주 연속 소싸움경기가 중단되면서 소싸움관련종사자는 물론 코로나 해제 이후 모처럼 활기를 되찾던 지역 상권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오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지난주(12~13일)에 이어 2주 연속 경기가 중단된 소싸움경기장에는 짜릿한 승부와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경기로 박수소리와 환호성은 대신 깊은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주말마다 갓길 주차까지 할 정도로 꽉 차 있던 주자창은 텅 비어있었고 경기장 건물 출입문에는 자물쇠로 굳게 닫힌 채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13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휴장'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휴장 소식을 모른 채 경기장을 찾은 차량들은 다시 차를 돌려나가는 모습도 띄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우리나라 유일의 사행성 소싸움장인 청도소싸움경기장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도 극심한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버텨 이겨냈지만 국내 1급 가축전염병인 구제역만은 감당할 재간이 없는 듯 결국 경기를 멈추고 말았다.
코로나 초창기인 2020년 한해 내내 경기가 전면 취소되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은 소싸움경기는 이듬해엔 이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경기를 재개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뒤 지난해엔 역대급 매출(296억원)을 달성하면서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이어서 경기중단으로 인한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코로나의 긴 침체기를 이겨내고 소싸움경기정상화를 위한 활기를 되찾아가던 소싸움경기가 예상치 못한 4년여 만의 구제역으로 경기가 중단돼 안타깝다"고 했다.
청도공영공사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직전 열린 지난 7일 20회차 1일차 12경기에서 총 3억3천9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려 1경기당 평균 2천800여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 안팎의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렸지만 이 사이에 관람객은 무려 85%나 급증했다.
공영공사 관계자는 "2021년 코로나 때 입장 관객이 수백여 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부터 관객이 꾸준히 늘어 현재는 하루 4천~5천여명으로 주말이틀동안 8천여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며 "소싸움경기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민속문화라는 인식이 강해 관광목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청주발 구제역 사태로 2주째 경기가 중단되면서 코로나 해제 이후 모처럼 활기가 불기 시작한 지역상권이 다시 위축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싸움경기장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열린 청도소싸움축제 이후 주말마다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 매출증가로 다소 활기를 되찾았는데 갑자기 구제역 발생으로 문을 또 닫게 돼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소싸움경기장 인근 식당 주인도 "주로 온천욕 관광객이 주된 손님이어서 매출에는 아직 큰 차이가 없지만 아무래도 소싸움경기 중단이 길어지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싸움소농가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싸움소농가들은 자신의 보유한 싸움소 한마리가 토일요일 두차례 경기에 출전하면 200만~300만원 정도의 싸움소 출전수당 등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소주인 최모씨는 "한달 사료값만 2천만원이 넘게 들어가 치솟는 사료값을 감당하기도 벅찬 데 2주째 경기중단으로 수입이 막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싸움경기도 각종 전염병 등에 대비해 온라인 경기방식을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진행에 필수적인 조교사와 심판, 우권발매원 등 수백명에 이르는 직간접 종사자들도 막막한 상황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공영공사도 이번 청주발 구제역 발생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싸움소 농가에 백신접종 독려와 외출 자제 등은 물론 경기장 주변 석회가루 살포 등 자체 방역도 한층 강화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공영공사 관계자는 "20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된 백신접종이 끝나고 항체가 형성될 때 까지 1~2주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다음주(27~28일)까지는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경기 재개 시점은 정부 방침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6월 첫째주부터는 재개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글·사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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