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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해동반점의 냉우동. |
가만히 있어도 육수(땀)가 흐르는 계절. 체질적으로 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여름은 고역이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땀이 세 방울인데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식당을 찾는 것도 사치일 때다.
그런 날마다 망설임 없이 발길이 닿던 곳이 있다. 꿈 많던 소년 시절, 학교를 오갔던 그 길에 변함없이 있는 곳. 고향 경북 예천에 있는 노포(老鋪) 중국집 '해동반점'이다.
이 집에선 냉우동이 진리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음식일 수 있다. 냉면도 아닌 것이 잔치국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동도 아니다. 어쩌면 그 중간 어디라고나 할까.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에 알새우·돼지고기·계란 지단·부추·오이·당근·목이 버섯 등 갖가지 고명은 일단 시각적으로 완벽하다. 탱탱한 면발이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시골의 넉넉한 인심도 더했다.
그 위로 뿌려진 참깨가루. 더 말해 무엇하랴. 감칠맛 그 자체다. 금세 바닥을 들어내는 게 아쉬워 항상 곱빼기만 주문했던 이유기도 하다.
냉우동은 영접 순간, 육수부터 맛을 봐야 한다. 냉우동이 갖는 기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곧장 고추냉이 소스를 풀어도 좋다. 맛있음에 더 맛있음을 더하는 일종의 '기교'다. 물론, 절대 실패하지 않음을 보장한다.
그간 대구에서 이와 비슷한 맛을 찾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었다. 기대감과 달리 그때마다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만 더 커졌다. 내게 해동반점 냉우동 한 그릇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어쩌면 고향과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무언가였을지 모른다.
글·사진=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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