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하면 수성알파시티 떠올리도록 상징성·생태계 갖춰야"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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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5 08:29  |  수정 2023-06-05 08:30  |  발행일 2023-06-05 제13면
국가대표 디지털 생태계 '대구 수성알파시티' 〈하〉
"당신이 바라는 수성알파시티가 궁금합니다"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를 지향하는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정부 주관 '지역 디지털 혁신 거점 조성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2025년까지 국비 63억원과 지방비 102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로써 미래 신산업 핵심융합기술인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를 탑재한 '대구형 IT·SW특화단지 조성 프로젝트'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래 디지털혁신 중심도시 대구(1조4천500억원) △센서 반도체 핵심기술 실증사업(2천억원) △차세대 블록체인 산업 육성(2천500억원) △메타버스 융합 기술고도화 지원(1천억원) △AI자율제조클러스터 조성(2천억원) 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사업의 세부 프로젝트 수는 8개지만 원활한 예타 사업 추진을 위해 5개로 통합했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나 정주여건이다. IT 기업 수만 집적되는 게 아니라 수성알파시티 내 일자리, 숙박, 교육 등이 자체 해결될 수 있는 자급자족형 단지가 핵심이다. 일찍 수성알파시티에 둥지를 튼 이들에게 대구형 디지털 혁신 거점 사업의 바람 사항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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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 YH데이터베이스 연구원
기업 입주보다 성과 내는 환경이 중요
주변에 식당 많지 않아 여전히 불편해


▶다니는 직장이 수성알파시티에 있어서 좋은 점이 있나요.

"대중교통이 나쁘지 않아요. 단지 내 가까이 있는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의 교육 프로그램 수준이 꽤 높습니다. 식당이 많지 않은 건 아직 좀 불편하네요. 사업아이템이 특이한 회사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주4일제를 시행합니다. 수도권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도 저를 부러워해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아니라면 특이한 시스템의 중소기업을 많이 선호하거든요."

▶2030년엔 수성알파시티가 '제2의 판교'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인력도, 인프라도 수도권에 너무 집중돼 있어요. 저도 가끔 수도권으로 이직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봐요. 연봉 수준이 다르거든요. 여기(수성알파시티)가 판교처럼 되려면 어렵겠지만 대기업을 유치하거나 여기 있는 기업이 그만한 이슈와 성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많은 기업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비전 있는 기업이 성과를 내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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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 DIP 디지털혁신팀장
센텀시티처럼 번화한 이미지 부족 상황
창업 활발하면서도 한계는 많지 않아야


▶앞으로 수성알파시티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가면 좋을까요.

"IT 하면 실리콘밸리를 떠올리듯 대구가 확실한 상징성을 갖출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시범사업에 부산 센텀시티랑 같이 선정됐는데 제가 부산에서 일하다가 2년 전 대구로 왔어요. 센텀시티가 가진 '번화한 공간' 이미지가 청년들을 끄는 것 같아요. 집적도는 여기가 높고, 주변 인프라도 뒤지지 않는데 아직 상징성이 부족한 듯해요. SW나 IT 일을 하려면 수성알파시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성장하면 좋겠어요."

▶상징성을 가지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요.

"높은 산업 집적도를 입주 업체들이 잘 활용하면 좋겠어요. 이번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DIP가 입주 기업 위주의 사업을 많이 준비 중이에요. 특히 그간 기업 대표끼리 소통하는 자리만 있었다면 앞으론 실제 재직하는 청년들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려고 해요. 서로 만나 대화를 하다가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고, 알파시티에서 창업하는 생태계가 되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이 활발하면서도 경계나 한계가 많지 않은 공간이 되길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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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 알파시티 도담어린이집 원장
IT업계 특성상 야근 학부모들 꽤 있어
거주지 보육시설 없으면 전입 꺼릴 것


▶수성알파시티란 오피스(office) 지구에 위치한 어린이집인데 특별한 점이 있나요.

"지난해 8월 학기 도중에 개원해 아직 원생이 많지 않은데, 총 30명 중 17명이 입주 기업 직장인 자녀입니다. 이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 직장 동료들끼리 서로 소개를 하는 모양이에요. IT업계 특성상 야근하는 학부모들이 꽤 있어요. 늦게 데리러 와도 아이가 집에 가기 싫어할 만큼 잘 지내니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좋다고 하네요. 최근 달서구의 한 어린이집과 상생형 모델을 논의했어요. 필요할 때 서로 원생을 돌봐주는 건데, IT기업은 출장도 잦아 유용할 것 같아요."

▶어린이집 같은 지원시설이 더 필요하겠죠.

"그럼요. 청년 인재들을 대구에 유입시키려면 복지도 중요해요. 알파시티 주변에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를 위한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들었어요. 주변에 보육 시설이 없으면 다들 입주를 꺼리거든요. 나중에 수요가 많아진 뒤엔 단지 내 어린이집을 만들 공간이나 여력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입주 기업들이 힘을 모아 어린이집을 먼저 갖춘 덕분에 젊은 직원, 구직자들에게 알파시티로 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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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ACT 관광호텔 대표
종사자 변화 속도에 행정 등 못 따라와
인파 몰리도록 문화 콘텐츠 만들어야


▶수성알파시티에서 숙박업을 하는 건 어떤가요.

"하고 싶었던 일이니 준비 과정에서 힘이 좀 들어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알파시티를 보면 조금 답답해요. 공사가 하나 끝나면 다른 공사가 시작돼 마치 거대한 공사판 같거든요. 이미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들 이미 앞섰거나 남보다 먼저 앞서가려는 의지가 있는데 실제 행정 등의 변화 속도는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먼저 뛰어든 사람들이 기다리다가 지칠 수 있어요. 허송세월하지 말고 '골든 타임'을 지켜야 합니다."

▶수성알파시티가 '제2의 판교'가 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바로 옆 대구스타디움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을 하는데 그때마다 동네가 북적북적해요. 그런데 대구 사람들도 알파시티를 잘 모르거나 오피스 지구로만 생각해요. 롯데쇼핑몰이 생기면 그나마 나아지겠지만, 콘텐츠가 생겨야 합니다. 제가 전 세계 유명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을 초빙해 페스티벌, 마스터클래스를 7월 중 열 계획입니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시민들 인식이 전환되고, 알파시티도 생명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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