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구 '갈 길' 바쁜데…꼼짝 않는 TK의원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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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06:38  |  수정 2023-06-09 06:38  |  발행일 2023-06-09 제1면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2 후적지 개발과 관련, "공항 후적지나 공항 공단 특별법 하자면 총대 멜 사람 있겠나. 달빛고속철도도 특별법 하자니까 꼬리를 살살 뺀다"라며 일 안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겨냥했다. "지금 TK 국회의원 중에는 앞장설 사람 하나도 없다. (내년 총선에서) 전부 물갈이하고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홍 시장이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설적으로 비판했을까 싶다. 재밌는 것은 홍 시장의 발언이 알려져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데 있다.

TK 의원들의 '가벼운 존재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름조차 생소하다는 사람도 많다. 대구의 한 20대 청년은 "지역 국회의원을 나열해 보라고 하면 한두 명이 고작이다.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당선'인 TK에서 국회의원의 이름이 사실상 '국민의힘'인 셈이다.

일각에선 초선에 비해 중진 의원이 부족해서 국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지역 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공천 학살'이나 '물갈이'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한 근거로 쓰인다. 과연 그런가. 지금 TK 다선 의원 일부는 '수도권 초선보다 인지도와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권 주자 한 명도 못 낸 게 TK정치권의 현실이다. 유력 주자에게 줄을 서면서 눈치 게임이나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TK에선 초선만 뽑아도 된다. 어차피 초선이나 재선 이상이나 존재감이 없기는 똑같다"고 지적했다.

정책 구상 능력에도 의심이 든다. 홍 시장 체제가 들어서고 대구는 변화의 움직임으로 꿈틀대고 있다. TK신공항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하늘길이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대구경북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법 통과로 모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홍 시장의 말마따나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그랜드 마스터 플랜'에 대한 TK 의원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홍 시장의 지적이다. 당장 K2 후적지 관련, 개발 구상을 이야기하는 의원이 거의 없다. 대구시의 구상을 지켜만 보고 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읽힌다. 서대구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달빛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달빛고속철도와 관련된 밑그림을 그리는 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TK 유권자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서든, 지역에서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무작정 "낙하산 공천은 불합리하다" "공천 학살을 막아달라"고 외치지 말고, 제 역할을 하는 게 먼저다. 그게 TK 유권자들의 명령이고, '존재감'의 배경이다. 서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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