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대구 문화계 결산(상)종교화합자문위 폐지됐지만 불씨는 남았다

  • 최미애
  • |
  • 입력 2023-07-05 17:44  |  수정 2023-07-05 17:44  |  발행일 2023-07-06
베토벤 '합창' 종교편향 논란에 조례 개정 통해 자문위 폐지
일부선 단서 조항 신설 반대, 불교계선 자문위 존치 요구
조례 개정하면서 반영하지 않아 한동안 여진 이어질 수도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공연 '노 개런티' 논란도 이슈
2023070401000136800005131
대구지역 예술인들이 지난 4월20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베토벤 9번 교향곡 공연금지 규탄 기자회견'에서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구 문화계는 올해 엔데믹을 맞아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공연장·전시공간 분위기도 코로나19 이전의 분위기를 되찾고 있다. 반면 지역 문화기관·단체의 운영 문제가 논란에 휩싸였고, 일부는 전국적인 논쟁거리가 되면서 씁쓸함을 남겼다. 올 상반기 대구 문화계를 뒤흔든 여러 이슈를 되짚어본다. 첫 번째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 대구를 부끄럽게 한 논란들을 살펴봤다.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이 참여하기로 했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이 종교편향 논란으로 무산되면서,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뭇매를 맞았다.

논란은 시립교향악단·합창단이 지난 5월1일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공연에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공연하기로 했으나, 종교화합자문위 위원 전원 찬성을 받지 못해 무산된 일이 발단이 됐다. 종교계 자문위원 1명이 이 곡에 대해 '종교적으로 편향돼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공연 관련 안건이 부결된 것. 시립예술단 공연 프로그램은 종교 중립성 확보를 위해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고 대구시 조례에 규정돼 있다.

이에 지역 문화계에선 "세계적으로 종교 문제로 베토벤 '합창'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며 황당해했다. 만장일치제인 자문위의 안건 결정 방법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은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빈축을 샀다. 급기야 일부 지역 음악인과 클래식 애호가는 거리로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 금지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음악협회, 대구원로음악가회, 대구합창연합회 등도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를 주장했다.

결국 지난 4월27일 대구시는 종교화합자문위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며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예술감독을 선임할 때 종교계 추천 인사 채용심사위원 포함, 관장·예술감독에 대한 종교편향방지 서약서 작성 등 종교 편향 방지 단서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 조항이 시립예술단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후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개정 등 자문위 폐지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개정 조례안의 대구시의회 상임위원회·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가 대구시와 시의회를 찾아 자문위 존치를 요구했다. 개정 조례안은 지난달 20일 시의회 상임위에서 원안 가결됐고, 30일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4년부터 운영되어온 종교화합자문위는 결국 폐지됐다.

앞서 개정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자 이에 반대하는 음악계·불교계의 의견이 모두 대구시에 접수됐다. 시립합창단 일부 단원들로 구성된 대구시립예술단 바른예술인노동조합, 지역 합창단 지휘자로 구성된 대구합창연합회 종교탄압대책위원회는 예술감독심사위원회와 관련된 단서 조항 신설 반대를 주장했다. 반면 대한불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은 자문위 존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같은 의견을 모두 반영하지 않았고, 한동안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문화계에선 조례 등으로 종교 편향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공연 주체인 시립예술단이 이를 해결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비슷한 시기 같은 곡을 연주한 춘천시립교향악단·합창단은 이전부터 지역 종교계와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해 공연 추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부산시립합창단 공연도 몇 년 전 종교 편향 문제가 제기됐지만, 노조 등이 나서 불교계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공연 '노 개런티' 논란
지난 4월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지역 예술인 참여 기획 공연을 하면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공연 '위클리 스테이지'다. 이 공연은 입장료(1만원)를 받는데도 참여 예술인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고, 일부 출연자에게는 표가 나가지 않는다며 표 판매도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대구콘서트하우스는 계획된 공연 외에 추가로 해당 공연을 추진하면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출연료를 주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 강매 논란에 대해선 "이왕 하는 공연이면 관객이 많이 와서 보고 즐기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올 상반기까지 예정된 위클리 스테이지 공연을 일괄 취소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공연을 강행할 경우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칠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게 대구콘서트하우스 측의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 문화계는 20~30년 전의 적폐를 부활시킨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구음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대구 음악인들의 지위와 권리를 위협한 대구콘서트하우스에 대한 확실한 조사를 요구하며, 이번 사태를 대구 음악인에 대한 부조리하고 잘못된 관행을 철저하게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이 같은 기획 공연을 결정한 시행과정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구시와 시의회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포함한 산하 기관 운영에 대해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난 2017년 대구시가 산하 문화예술기관 등 공공부문부터 예술인의 출연료를 적정하게 보상키로 했지만, 이같은 대책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