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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옻칠아트센터 내 전시장에 각종 옻칠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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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옻칠아트센터 김은경 대표가 자신의 옻칠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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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지천옻칠아트센터 대표(왼쪽 아래)가 프랑스 ENS AAMA(엔사마) 교수와 학생들에게 옻칠작업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지천옻칠아트센터 제공 |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 자리한 지천옻칠아트센터 대표 지천(芝泉) 김은경 작가가 '옻칠'을 매개로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교류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상주한방산업단지 내에 지천옻칠아트센터 문을 열고 회화·공예 등 옻칠작품 창작 및 옻칠소재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자신의 전시회 전후 프랑스의 미술전문 학교인 'ENS AAMA(이하 엔사마)' 옻칠과 교수 및 학생들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한국 옻칠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프랑스에 전파하고 있다.
엔사마 옻칠과 교수와 학생 등 관계자 16명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지천옻칠아트센터 열린 '지태옻칠 워크숍' 참석 차 상주를 방문했다. 당초 2021년 4월 상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이번에 방한한 것이다. 이들은 워크숍 기간 동안 김 대표로부터 옻칠작품 제작 과정과 한국 옻칠의 아름다움에 대해 배우고 프랑스로 돌아갔다. 김 대표는 "지천옻칠아트센터의 해외교류는 지속될 것이다. 오는 2026년 한불수교 140주년을 즈음해 다시 한번 프랑스 옻칠 관계자들과 교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옻칠조형학 박사이자 동양화가인 김 대표에게 상주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경북과는 어떤 연고도 없었지만 10여 년 전 우연히 상주 성주봉자연휴양림에 묵게 됐고, 이를 계기로 상주에 정착했다. 특히 그에게 상주의 청정자연은 가장 큰 매력이었다. 먼지에 민감한 옻칠작품의 특성상 깨끗한 공기는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평소 자연 속 생활을 동경했던 김 대표의 남편이자 사단법인 지천옻칠 이사장인 송형수 광운대 명예교수(이학박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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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지천옻칠아트센터를 방문한 프랑스 ENS AAMA(엔사마) 교수와 학생 등 관계자들이 김은경 대표(맨 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천옻칠아트센터 제공 |
김 대표는 "한국화가 등단 후 종로미협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중 해당 전시를 관람하게 됐다. 공예 도료로만 생각했던 옻칠이 그림으로 탄생한 것을 보는 순간 (옻칠이)새로운 도전의 영역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지공예를 하면서 전통 옻칠공예품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김 대표가 옻칠에 빠진 배경이다. 김 대표는 "한지공예 수집가의 컬렉션 중 옻칠 배게와 요강 등의 작품을 보고 그 만듦새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감동이 본격적인 옻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대표는 옻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서울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특히 이화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약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옻칠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일반 물감과는 다른 옻칠만의 물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약대에서 화학적 이론의 기반을 다진 것이 옻칠 공부에 도움이 됐다.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옻칠작업 과정을 추정해 볼 수 있었는데, '칠화학'이라는 과목에서 젊은 학생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냈던 기억이 있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김 대표는 옻칠과 종이의 행복한 만남을 통해 전통 옻칠기법을 복원·발전시켜가고 있다. 전통 종이옻칠의 우수성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한 때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뤄진 '지태칠기' 사업을 통해 전통 종이옻칠 기술 복원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좋은 옻칠작품은 지난한 작업을 거쳐야 완성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철학이다. 이런 이유로 지천옻칠아트센터의 시간은 매우 천천히 흐른다. 겹겹이 쌓인 옻칠일수록 그 깊이가 남다르기에 각별한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김 대표는 "어떤 작업의 경우 100번의 옻칠을 해야 작품이 완성될 정도다. 쓸 수 있는 옻칠작품이 되기까지 1년은 족히 걸린다. 게다가 액체 도료인 옻칠은 굳지 않으면 후속 작업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10번 옻칠 도막을 올리면 3개월은 지나야 제대로 굳는데, 옻칠이 굳더라도 1년은 지나야 발색이 좋아지고 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옻칠은 '시간과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옻칠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김 대표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옻칠의 산업화를 위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숙명여대 산학협력단, 광주과학기술원 국내 주요 기관들과 공동연구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기관의 고분자 화학자들과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옻칠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작가로서 작품활동에 주력하며 옻칠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도 김 대표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깊이 있는 옻칠작품 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옻칠의 재료적 측면에 대한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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