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국제공항 입구. 영남일보 DB
대구국제공항이 주기장(항공기 주차장)·활주로 등의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10월31일~11월1일) '보조 공항'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주고 있다. 집 앞마당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임에도 김해국제공항에 '관문공항' 역할을 내준 꼴이 됐다.
1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정상과 대표단, 주요 경제인 등의 대규모 방한이 예고된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대구·김해·포항경주공항 등이 행사공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김해공항은 각국 정상의 주요 입·출국장으로, 대구공항은 예비·보조공항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APEC 정상회의 기간 김해공항이 대한민국 '핵심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부여받게 됐다.
대구공항이 APEC 관문공항이 되지 못한 것은 공항 규모와 동선 관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우선 대구·김해 공항은 주기능력(세워둘 수 있는 항공기 수)에서 적잖은 차이가 난다. 주기장 규모(면수)에서 김해공항이 대구공항보다 4배가량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선 노선 수도 차이가 난다. 특히 김해공항의 경우 APEC 회원국(경제체)인 중국·일본·필리핀·싱가포르·태국·홍콩·대만·베트남 등 총 8개국의 수도와 직항노선이 개설돼 있다. 반면 대구공항은 APEC 회원국 수도와 직항노선이 개설된 곳이 일본·태국·대만·홍콩 4개국으로, 김해공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활주로 길이에서도 대구공항은 열세다. 김해공항 활주로 길이는 3천200m으로, 종종 미국·유럽 장거리 노선을 띄운 적 있다. 그러나 대구공항 활주로 길이는 2천755m에 불과해 사실상 장거리 노선 취항이 불가능하다.
APEC 준비기관 한 관계자는 "주기장 규모와 동선 관리 등을 고려해 김해공항이 주요 관문, 대구공항이 예비·보조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적잖다. 평소 항공기 이용이 잦다는 40대 대구시민은 "두 공항의 규모 차이가 있고, 지금은 대구공항이 규모를 키워 이전(TK신공항)하는 과도기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대구 코앞인 경주에서 열리는 큰 국제행사에서 대구공항이 주인공 역할을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고 했다.

노진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