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이라 죄송"…수해복구 힘 보탠 노인일자리 참여자들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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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1  |  수정 2023-07-20 15:48  |  발행일 2023-07-21 제8면
남구 대명9동 노인일자리 참여자들, 수해복구 성금 기부

1만원씩 각출, “도움 드릴 수 있어 기뻐”
노인일자리
대구 남구 대명9동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지난 19일 행정복지센터에 수해 복구 성금을 전달하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너무 푼돈이라서 도움이 될까 몰러…."

20일 오전 9시쯤 대구 남구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 노란 모자와 조끼를 차려입고 성금을 내는 김기중(90)씨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대명9동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49명이 '극한호우'로 큰 수해 피해를 입은 경북 북부지역의 복구를 위해 써 달라며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 49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전날(19일) 오전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김태원(80)씨의 제의로 이뤄졌다. 대명9동 토박이인 그는 얼마 전 경북 북부지역의 심각한 수해 소식을 접한 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1조 조장을 맡고 있는 그는 7명의 조원과 작게나마 성의를 표현하자는 데 뜻을 모았고, 그날로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기부금액은 1명당 1만원. 하루 일당이 2만원가량인 그들에게 1만원은 적잖은 돈이지만, 실질적으로 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다.

조원 이효지(82)씨는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그래도 수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뭐라고 하고 싶었다"며 "한 명이 100명을 돕긴 어렵지만, 100명이 한 명을 돕는 건 쉽다는 생각에서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들의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함께 일하던 노인 일자리 사업참여자 41명도 추가로 이들의 기부 대열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성금도 하루아침에 8배 넘게 늘어났다. 김태원씨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더 어려운 이들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들의 마음을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수해 이재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인숙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 복지팀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어르신들의 여유와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갑작스러운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어르신들의 마음을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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