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는 26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베이스 연광철. 수성아트피아 제공 |
'현존하는 최고의 베이스' 성악가 연광철이 오는 26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2018년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돈 카를로'로 대구 관객과 만났지만,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영남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구는 훌륭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클래식이 유일하게 시민들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도시에서 독창회를 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독일 가곡, 한국 가곡, 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그너 베이스'인 만큼,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네가 정말 그랬다는 말인가'도 준비했다.
"그동안 제가 즐겨 부르는 한국 가곡들과 독일어권에서 유학하고 활동한 경험을 살려 독일어권 작곡가들의 가곡들로 꾸몄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음악 활동의 영역인 두 개의 오페라 아리아도 준비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주하는 한국 가곡들은 특별히 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한 번쯤 불러보았거나, 들어본 곡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해온 그는 무엇보다도 원작을 충실히 이해하면서 작품에 참여한다고 했다. 특히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 데 신경을 쓴다.
"오페라의 경우, 역사적 사실이나 극 중 상황, 전개나 시대적 배경, 인물 성격 등을 잘 공부해 관객 앞에 서야 합니다. 한 사람의 동양인으로서 오페라를 할 때는 특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세계가 온라인상에서 점점 좁아진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그 해석의 문제는 나라마다 인종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특히 연주하는 사람의 해석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객들도 그리 많진 않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2008년 여름, 가을에 바이로이트에서 했던 오페라 '파르지팔'과 비엔나에서 공연했던 오페라 '파우스트'를 꼽았다.
"두 공연 모두 저의 데뷔이기도 했고, 어느 공연장이나 마음 편하게 설 수 있는 무대들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공연들을 이어나가면서 준비했던 어려운 시간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극장의 무대는 음악적 완성도, 극장의 음향 등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연광철은 한국 가곡 음반 발매도 계획하고 있다. 선배 성악가들이 한국 가곡 발전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녹음에 참여하게 됐다. 오는 12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한국 가곡 독창회도 계획하고 있다.
"성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글의 다양한 모음은 세계 어떤 언어라도 그대로 표기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그 명료한 발음들은 아름다운 선율과 잘 어우러져 예술가곡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음반 발매, 독창회 외에도 오페라 공연도 꾸준히 이어간다.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오페라 '로엔그린' 무대에 오른다.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오페라 '파르지팔'을 공연한다. 그해 3월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발퀴레', 4월 비엔나에서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5월부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무대에 오른다.
![]() |
오는 26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베이스 연광철. 수성아트피아 제공 |
그는 무대뿐만 아니라 후배 성악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마스터 클래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구 공연에서도 공연 다음날인 27일 오전 10시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가질 예정이다.
"성악은 안타깝게도 문자화된 방법으로 공부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무대에 더 많이 서 보았던 사람으로 저와 같은 길을 가고자 마음먹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연광철은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 오페라극장 솔리스트,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1996년 세계적인 음악축제인 바이로이트에 데뷔한 그는 바그너 오페라 작품들로 바이로이트에서만 1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2018년에는 독일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궁정가수를 뜻하는 '캄머쟁어(Kammersanger)' 칭호를 받았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