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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기자〈사회부〉 |
2016년 택시협동조합이 대구에 첫선을 보였을 때, 지역사회는 쇠퇴하는 택시업계의 새 대안이 나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기자도 그랬다. 법인 택시와 개인택시의 장점만 합쳤다는 관계자의 일방적 증언을 검증 없이 받아쓰다시피 했다. 이 같은 업계와 언론 등의 지원사격 속에 1개 회사 100여 대 규모로 시작한 택시협동조합은 현재 12개 회사 1만여 대 규모로 몸집을 10배 이상 불렸다.
택시협동조합은 자금을 조합원이 분담하고, 이익을 배당받는 구조다. 2천만원 가량의 출자금과 소정의 운영비만 내면, 개인택시처럼 나만의 차로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 사납금과 격무 등에 시달렸던 법인 택시 기사에게 택시협동조합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 후로 7년, 대구 최대 택시협동조합이자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던 A 택시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A 택시는 수십 명의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방만한 경영으로 수십 억원의 빚더미에 올랐다. 조합원들은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다. 이와 비슷한 처지인 택시협동조합이 대구에만 최소 5곳 이상이라고 하니 단순 개인 일탈로 치부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애초에 택시와 협동조합의 조합은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지적한다. 동일 선상의 조합원들이 모여 출자금을 내고 설립하는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택시협동조합은 기존 법인 택시 운송사업자가 출자자를 모으는 형태를 띠고 있다. 탈·불법 경영으로 빚더미에 오른 사업자가 이를 면피하고자 옷만 바꿔입는 방식이다. 애꿎은 조합원들만 영문도 모른 채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
설익은 제도도 문제다. 협동조합기본법과 택시발전법은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법이 상충하는 데다 선례조차 없다 보니 관리·감독기관인 대구시도 섣불리 갈등 개입을 꺼리고 있다.
최근 A 택시는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조합 청산 절차에 착수했다. 출자자들과 다양한 소송이 걸려 있는데, 법인을 없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사장의 방만 경영으로 발생한 수십 억원의 빚을 조합원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택시기사들의 유토피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설익은 제도와 관리·감독 기관의 부재 속에 좀 더 나은 삶을 꿈꿨던 택시기사들은 피눈물만 흘리고 있다. 지금도 달성경찰서 앞에 가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조합원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평생 '시민의 발'로 달려오느라 법에는 소홀했던 이들의 한과 눈물을 대구시가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이승엽기자〈사회부〉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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