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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기자 |
대구 음악계와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공모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3명의 면접 합격자 중 이종진·백진현 지휘자가 실연 평가를 겸한 연주회를 마쳤고, 오는 8월11일 김광현 지휘자의 연주회가 열린다. 광역시급 교향악단에서 공모로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뽑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다만 최근 대구시의 예산 절감 기조를 고려하면, 인지도 있는 인물을 발탁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선발 방식을 떠나 줄리안 코바체프 전임 상임지휘자에 이어 지휘봉을 잡는 이에게는 주어진 과제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최근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대구시향이 어떻게 이미지를 쇄신할 것인가가 최우선 과제다.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의 경우, 그가 지휘한 대부분의 정기·기획 연주회가 매진될 정도로 대구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는 단원들과의 관계 또한 비교적 원만하게 유지했지만, 그러다 보니 조직을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단원들의 기량이 점차 떨어졌고, 그의 임기 후반부로 올수록 음악계와 클래식 애호가 모두로부터 부정적인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게다가 단원들도 공연에 대한 의지가 있냐는 지적도 나왔다. 초청을 받고도 2020~2021년 교향악축제에 불참한 데 이어 지난해 교향악축제에 아예 초청받지 못하게 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축제 참여 여부 결정에 있어 시립예술단 운영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대구시립예술단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종교 편향 논란도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결정을 지적하는 목소리 외에 일부 단원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시작됐다는 말도 나왔다.
레퍼토리의 확장으로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도 차기 예술감독의 과제다. 지난해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의 경우,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 대구시향이 여러 차례 공연했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예술감독의 역할은 지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악단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차기 대구시향 예술감독은 느슨해진 악단에 긴장을 주면서도, 이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최근 대구시는 대구시립예술단의 기량 향상을 하기 위해 평정 규정 강화를 시도했으나, 노조 동의를 받지 않고 이를 추진해 무산됐다. 시스템을 통한 변화가 어려워지면서 차기 대구시향 예술감독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대구시향은 재도약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구시와 심사위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최미애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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