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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남 거제의 전통시장인 고현종합시장을 방문, 전어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번째 여름 휴가는 '일하는 휴가'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6박7일 간 여름 휴가의 보내고 있지만 휴가기간 내내 '새만금 잼버리 대회 운영 부실' 및 '흉기 난동' 사건 등의 각종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휴가기간 중 돌발 현안들이 터져나오는 '징크스'는 윤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지속해서 대해 업무 지시를 내렸다. 첫날인 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당에 빠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리기도 했고, 새만금을 찾아 투자협약식 및 세계 잼버리 대회 개영식에 참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날에는 진해 해군기지 내 군항을 둘러보고 장병들을 격려하며 휴가 겸 국정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4일에는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서면 브리핑'이 총 4건이나 나오기도 했다. 김 수석은 폭염대책 및 새만금 잼버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시와, 서현역 흉기 난동 테러 대응 지시, 거제 고현시장 방문, 신평 변호사 발언 관련에 대해 서면으로 브리핑을 전했다. 휴가기간 중 평소보다 더욱 바쁘게 현안 대응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새만금 잼버리가 대회에 대한 준비 미흡 및 부실 운영 논란이 발생하자 윤 대통령은 4일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69억원이 투입됐으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북을 방문해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안전관리를 책임지겠다"면서 대응에 나섰다.
하루 뒤인 5일에도 윤 대통령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캠핑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가 지시를 내렸다. 6일 역시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이 장관으로부터 잼버리 대회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전화를 통해 각각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챙겨줄 것을 주문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휴가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가기간 중 역대 대통령들도 7월말 또는 8월초에 휴가를 다녀왔지만 이 기간 중 천재지변이나 외교안보 이슈 등 사건·사고가 터지는 사례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로 휴가를 연기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여름 청남대로 휴가를 갔지만 집중호우 대응을 위해 하루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아프카니스탄 피랍 사태로 휴가를 취소한 바 있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코로나19,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등을 이유로 3년 연속 휴가를 가지 못했다.
다만 이처럼 현안 대응이 이어지자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줄이고 오는 7일부터 정상 업무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대통령실 측은 이를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주일 휴가는 예정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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