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무용의 매력 더 알리고 싶다" 최문석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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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1  |  수정 2023-08-30 09:28  |  발행일 2023-08-31 제16면
국내외 무대 넘나들던 청년 무용가에서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 후 첫 작품 '대구보디(DaeguBody)' 곧 선보여
[TALK&TALK] 무용의 매력 더 알리고 싶다 최문석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대구시립무용단 최문석 예술감독이 대구문화예술회관 예련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노진실 기자

지난 2014년 5월, 영남일보에 짤막한 무용 공연 기사 하나가 실렸다.

제목은 '유럽 감동시킨 최고의 솔로쇼···현대무용가 최문석 공연'. 기사 속 사진에선 검은 옷을 입은 한 무용가가 앞을 응시하고 있다. 여러 감정을 담은 눈빛과 함께. 그때 그는 해외무대에서 주목받은 한국인 청년 무용가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춤을 추며 세상을 부유하던 무용가는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올해 대구시립무용단의 새 예술감독이 된 최문석 감독을 만나봤다.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이후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
"쉬지 않고 달려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의 시스템도 파악을 하게 됐고, 현재까지는 작업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확실히 예술감독이 되고 보니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무용단을 위해 어떤 재미있고 획기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시민들과 어떻게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력을 보니 예술계 고교가 아닌 일반고(대구 경신고)를 나와 세종대 무용학과에 진학했다. 무용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대구 시내 레코드점 스피커에서 항상 음악이 나왔는데, 당시 4~5살이었던 내가 거기서 그렇게 춤을 췄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도 학교 수학여행 장기자랑 등을 위해 친구들과 춤 연습을 하곤 했지만 무용을 한다는 생각은 못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내가 춤 추는 걸 보시고 무슨 학원을 같이 가보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무용학원이었다. 어머니가 예전에 무용을 하시다가 형편상 못하게 됐는데, 그래서 아들이 무용을 하는 것을 이해하시고 마음 속으로 지지하신 것 같다. 그렇게 학원에서 무용 공부를 하면서 대학은 무용학과에 가게 됐다."

[TALK&TALK] 무용의 매력 더 알리고 싶다 최문석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지난 2014년 영남일보에 현대무용가 최문석의 공연 기사가 실렸다. 사진은그가 2013년 독일 돈론댄스컴퍼니에서 공연할 때의 모습. 영남일보DB

▶유럽 생활을 오래 했고, 독일에선 자를란트주 국립무용단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유럽으로 떠났던 이유가 있나. 각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영감을 받았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공부와 연습을 병행하며 고된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유럽 무용 작품들을 접하게 됐다. 공연 질감과 전개 방식 등이 너무 신선했고, 유럽의 무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사서 유럽에 갔다. 처음엔 벨기에와 프랑스 등을 다니며 오디션을 보고 프로젝트를 했다. 독일 자를란트주 국립무용단에 있을 때는 인상 깊은 일이 많았다. 무용단의 시스템, 관객층, 복지, 네트워크 등을 직접 보고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지역민들로 구성된 무용단의 팬클럽도 있었는데, 한 번씩 단원들을 자신들의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독일인들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아서 문화예술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독일 무용단을 떠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팬클럽 분들이 SNS로 연락이 온다. 독일 외에 벨기에, 스위스, 레바논 등 여러 나라를 방랑하며 작업을 했는데, 고생도 있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 무용이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예술 분야였다. 특히 현대무용은 난해했다. 그런데 자꾸 보니 빠져들더라. 무용의 매력은 뭘까.
"여러 감각과 느낌들이 몸을 통해 표현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몸의 움직임을 보고) 상상을 해서 연결점을 찾아간다는 게 무용의 매력인 것 같다. 순수 예술은 예술성을 많이 앞세우지만 대중적인 작품도 굉장히 많다. 작품에서 '어느 선까지 관객에게 설명을 해야 할까'는 항상 고민되는 점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해 버리면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을 없애버리는 거니까. 오히려 무용의 여백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시지 않나. 이런 것들에 대해 앞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며 알아갔으면 한다."

[TALK&TALK] 무용의 매력 더 알리고 싶다 최문석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최문석 예술감독의 공연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취임 후 첫 작품인 '대구보디(DaeguBody)'가 30일 오픈 리허설을 한다.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또 예술감독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목 그대로 '대구 사람들의 몸'을 무용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의 몸은 감각들의 장소이자 복잡하고 다양한 시간의 경위가 흔적으로 기록되는 곳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몸의 역사, 그 몸이 만들어낸 길 등을 작품에 담아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도시의 공존과 순환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이들의 조화를 통해 사람(Body)과 도시(Daegu)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작품을 위해 많은 자료 조사를 했다. 대구에 와서 이곳 사람들과 교류하고,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감사하다. 시민들과의 소통, 대구 춤의 레퍼토리화 작업,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예술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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