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년도 예산 설명하며 文 정부와 차별점 부각…'방향성' 언급 눈길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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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0  |  수정 2023-08-29 17:02  |  발행일 2023-08-30 제4면
내년도 예산 건전기조로 3대 분야(약자 복지·국가 본질적 기능 강화·일자리 창출)에 집중

골프 빗대 방향성 언급하기도…국민통합위 서신도 전달
尹, 내년도 예산 설명하며 文 정부와 차별점 부각…방향성 언급 눈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고 총 23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이 심사·의결 됐다. 먼저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고 짚었다.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부터 전날 국민의힘 연찬회까지 문재인 정부와 차별점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재정 운영 방향에서도 '다른길'을 간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시절 예산을 "선거 매표 예산"이라고 지칭하는 등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매년 정부 예산안을 확대 운용해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내년도 예산은 '긴축·건전' 재정으로 운영한다는 뜻도 밝혔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을 전년 대비 2.8%를 늘리는 데 그쳐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를 위해 약 120조원에 달하는 정부 재량 지출 가운데 20%를 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대신 윤 대통령은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3대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예산을 늘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3대 핵심 분야는 ▲ 진정한 약자 복지의 실현 ▲ 국방, 법치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확보 등이다. 윤 대통령은 약자 복지 예산의 세부 항목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지난 정부와 비교하기도 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생계급여의 지급액을 21만3천 원 인상했다"며 "지난 정부 5년 동안의 19만6천 원을 단번에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 일자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103만 개로 확대하고, 6년 만에 수당도 7% 인상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묻지마 범죄'와 관련해선 "경찰 조직을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고 예산 배정도 조정하겠다"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치안 중심의 경찰 조직 개편 및 예산 배정 조정 방침을 밝히며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게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732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중증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견해 집중 치료와 사례관리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주요 국정과제 법안이 폐기 처리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국무위원들에게 '비상한 각오'를 거듭 주문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을 골프에 빗대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골프로 치면 250m, 300m씩 장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아웃 오브 바운즈(OB)밖에 더 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벙커에서 공을 잘 치려면 모래 속에 발을 파묻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국민을 위해 설정한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장관들은 국정을 다루는 국무위원으로서 자기 부처 예산뿐 아니라 타 부처 예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장관들에게 지난해 예산과 올해 예산과 내년도 예산을 비교해보고 국정 운영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숙지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 1년 간 도출한 중장기 과제와 정책 대안을 각 부처마다 적극 반영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부처 장관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언론 미디어 분야의 개혁 및 공정성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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