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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재 대구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취임연주회를 앞두고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과거 국악과 서양음악이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함께 하고 있지 않습니까. 융합을 시도하다 보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는 14일 취임연주회를 앞두고 만난 김인재 대구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융합'을 강조했다. '종교 편향 논란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순수합창 음악이 뮤지컬과 접목되고, 심지어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에 서울대 성악과 수석 졸업자가 나와 팝페라를 부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데, 합창도 융합이라는 것을 잘 엮다 보면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취임연주회로 우효원이 작곡하고, 탁계석이 대본을 쓴 칸타타 '달의 춤'을 준비하는 것도 융합의 일환이다. 11곡의 칸타타 형식으로 구성된 이 곡은 우리 민족이 걸어온 어려운 시절부터 밝은 오늘날까지를 담아냈다. 대구시립교향악단·대구시립국악단이 함께해 서양 악기와 국악 악기 연주를 만날 수 있고, JTBC' 팬텀싱어 3'에서 '라비던스'로 준우승한 소리꾼 고영열이 무대에 오른다.
김 예술감독은 임기 동안 단원들과 소통하고, 공연을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단원들에게 여러분은 전공이 성악이고, 저는 지휘라는 건 틀린 말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냥 '음악 만들기' 전공이니 한 전공 안에서 여러분은 소리를 내고, 나는 소리를 만들어가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잘 안 맞던 앙상블이 맞을 때 희열 같은 게 있는데요. 그 기쁨도 배제하지 않고 조금 힘들게 노력하지만, 음악적인 완성도가 우리한테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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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재 대구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취임연주회를 앞두고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그는 단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평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립예술단체가 역동성을 갖고 살아남으려면 평가는 불가피하지만, 그 평가 자체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에 1부터 100이 있기 때문에 한 번 평가를 거치면 단원들이 휘청휘청합니다. 평가가 없으면 고인 물이 되고 썩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는데, 그 평가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평가할 때까지 제 모습이 중요합니다. 단원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 나한테 밥을 사지 말라고 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김 예술감독은 임기 동안 단원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단원들과 함께하고 싶은 곡이 있다. 브람스의 합창곡인 'Nanie'이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서 합창하다가 중간중간 반주 없이 노래만 나오는 곡이다.
"잘하는 합창단이 되려면 반주 없이 노래하다가도 반주가 들어왔을 때 음이 맞아야 합니다. 단원들과 음악적으로는 반주가 들락날락해도 아무 거리낌이나 두려움 없이 음악을 하는 단계까지 가고 싶어요.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 매일 연습하면서 제가 하는 접근 방법이 '결국 맞는구나'라는 공감대를 단원들과 나누게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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