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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대출 규모(금감원) |
경북 의성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40)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로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까 고민도 했지만, 절차가 번거로워 보험대출을 택했다. 금리는 5%대였다. A씨는 "은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보험 대출은 휴대전화로 신청하면 바로 받을 수 있어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장기 경기불황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보험을 이용한 대출을 받거나 아예 보험을 해지하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수년 간 부었던 보험마저 깨고 있는 형편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68조9천억원이다. 1년전(65조7천억)과 비교하면 3조2천억원 증가했다.
보험사 약관대출은 지난해 9월 말 66조1천억원, 지난해 말 68조원, 올 3월 말 68조2천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한 상품이다. 신용등급조회 등 대출심사는 물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다. 특히 보험보장은 유지하면서 해약환급금의 최대 95%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할 땐 유용하다.
보험사도 담보(보험료)가 있어 리스크가 적다. 이자 차액으로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어 약관대출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이때문에 약관대출은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하지만 약관대출은 담보가 있어도 금리 상단(확정형 기준)이 9%대로 높은 편이다. 생명보험협회가 제공하는 보험사별 금리 현황을 보면 약관대출 금리는 연동형 4~6%, 확정형 6~8% 수준이다. 주요 보험사별 평균 금리는 삼성생명 연동형 4.77%·확정형 8.56%, 한화생명 연동형 4.63%·확정형 7.26%, 교보생명은 연동형 4.70%·확정형 7.06% 등이다.
문제는 약관대출이 계속되면 보험해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약관대출이 증가면 연체율이 높아져 보험을 깨고 해약환급금을 받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험 해약 건수는 1천165만3천365건이다. 2019년 (1천145만3천354건)보다 20만건 이상 증가했다.
보험연구원 측은 "가계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부담을 줄이고자 보험해지부터 고민하는 가입자가 많다"며 "해지한 보험은 부활시킬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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