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장 르포] "송아지 사이소" 추석 대목장 고령우시장 '북적'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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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4  |  수정 2023-09-13 17:43  |  발행일 2023-09-14 제3면
송아지 평균 30만원·큰 소는 평균 50만원 올라

오염수 방류 영향…소비자들 수산물보다 축산물 찾아

축산업계 "추석 후 가격 다시 내려갈듯…사료값 인하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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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고령가축시장에서 열린 번식우 경매에서 고령성주축협 관계자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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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고령가축시장에서 열린 번식우 경매에서 고령성주축협 관계자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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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고령가축시장에서 열린 번식우 경매에서 고령성주축협 관계자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아따 좋네요. 오늘 시세만 같으면 소를 키울 맛이 날 것 같은데 …."

13일 오전 7시 찾아간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고령가축시장(고령우시장). 경매가 진행된 이날 입구에는 추석 대목을 맞아 소를 실은 트럭이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차에서 내린 소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우시장을 가득 메웠다.

고령우시장은 첫째·셋째 주 수요일은 송아지, 둘째주 수요일은 큰 소인 '번식우' 경매가 진행된다. 넷째주는 경매가 없다.

이날은 추석 명절을 앞둔 마지막 장으로 162마리가 경매에 나왔다. 평소 (110~120마리)보다 40% 가량 규모가 커졌다. 대목장에 걸맞게 인파도 많았다. 한우를 팔러 온 농가와 중개인, 한우 시세 동향을 알아보러 온 축산인 등 100명은 족히 넘었다.

오전 9시 30분 시작인 경매는 전산상 작은 문제로 10분 지연된 9시 40분에 시작됐다. 경매가 시작되자 흩어져 있던 상인과 농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낙찰가 340만원' . 시작부터 나쁘지 않았다. 400kg대 초반대인 암소가 경매대상이다. 응찰 하한가 (300만원)보다 40만원 높게 불렸다.

성주군 수륜면에서 임신 4개월 된 암소를 팔러왔다는 박경수(67)씨는 "500kg이 넘는 데다가 임신까지 했으니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심 좋은 가격을 기대하는 눈치다. 경매에서 박씨의 암소는 응찰하한가 550만원보다 무려 95만원 높은 645만원에 낙찰됐다. 박씨는 뿌듯한 듯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남 거창에서 온 최모(85)할머니도 낙찰가를 보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할머니는 "올해 손주가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등록금과 생활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겠냐"며 "소값이 좋을 때 팔게돼 다행이다. 추석때 아들 오면 매각대금을 몽땅 줄 생각"이라고 했다.
임신하거나, 어린 송아지와 묶어 나온 어미소가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추석을 앞둔 농민들이 목돈마련을 위해 값이 될만한 소를 앞다퉈 갖고 나온 것.

추분엽(70)씨는 "오늘처럼만 팔리면 좋겠다. 요즘은 인공수정비랑 사료값을 주고 나면 적자"라며 "모처럼 제값을 받은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경매에는 162마리 중 149마리가 거래됐다. 암소는 평균가 388만원, 최고가 739만원에 팔렸다. 수소는 평균 465만원, 최고가 495만원에 낙찰됐다. 거세우는 평균 441만원에 팔렸다.

지난 6일 열린 송아지 경매시장에서도 좋은 가격이 형성됐다고 한다. 생후 5~12개월 수송아지 98마리와 암송아지 35마리가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날 암송아지는 평균 226만원, 수송아지는 평균 391만원에 팔렸다. 최고가는 12개월 된 수송아지로 518만원을 기록했다.

고령가축시장 관계자는 "한달전 보다 송아지 가격은 평균 30만원, 큰 소는 50만원 정도 올랐다"면서 "송아지 가격을 보면 소값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지난주 송아지 시장이 좋았다"고 말했다.

앞서 축산업계는 한우 마릿수 증가와 경기침체 탓에 명절 특수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추석이 다가오자 한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상 선물가격 상향과 과일 가격 급등,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한우 등 축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서다.

여기에 추석을 대비해 키워오던 거세우가 시장에 본격 출하되면서 전체 한우 평균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성주축협 김영덕 조합장은 "한우 생산비의 80%가 사료값인데 요즘 사료값이 너무 많이 올라 한우 1마리를 키우면 150만원 적자가 난다"며 "추석 후 다시 소값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료값 인하 등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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