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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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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된 다음날인 22일 여의도 정치권에는 적잖은 후폭풍이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가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고 비판을 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 민주당 비명계 때리기 열올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보다 비명계에 날을 세웠다. 특히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대여 비판이나 공세보다는 사실상 비명계를 성토하는 자리로 구성됐다. 전날 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했음에도 친명계는 여전히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예고하는 등 비명계를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최고위원부터 박찬대, 서은숙 최고위원까지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을 쓰며 '반란파'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정 최고위원은 "제나라 국민이 제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의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건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최고위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는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 역시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자신이 해당 행위 한 것을 공개하고 큰소리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당내 혼란 등 후폭풍은 이미 예상됐지만, 지도부가 '비명계 때리기'를 주도하며 내홍을 오히려 더 키우는 모습이란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강성 당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명계 명단을 공유하며 '문자 폭탄' 공격에 나섰다. 당 홈페이지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 전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 청원도 올라왔다.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과 응원성 입당 러시도 이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오늘 오전 8시 30분 현재 탈당은 4천231명, 입당은 7천176명"이라며 "아무리 화가 나도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고 했다.
친문(친문재인), 친낙(친이낙연) 등 비명계는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의 분노가 자신을 향한 만큼 일단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자제하며 공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가 하면 자신은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며 '부결표' 인증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날 오후 이 대표가 직접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했지만 친명 및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은 숙지지 않는 모양새다. 더욱이 오는 26일로 정해진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주류인 친명계가 재차 헤게모니를 잡고 당 수습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영장이 발부되면 당권 교체를 요구하는 비명계와 현 지도부를 유지하려는 친명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내분 양상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여당 "이제는 민생 복원해야"
국민의힘 측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에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는 법원에 맡기고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민주당에 민생을 위해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비정상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정상으로 접어들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됐다"면서 "더 이상 개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국회의 기능이 마비되거나 국회의 기능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또 민주당이 방탄이라는 족쇄를 벗어버리고 당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에서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올 기회"라며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시계가 민생에 맞춰서 움직여야지, 이재명 대표에게 맞춰 움직여선 안 된다"며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 주도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완이 통과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는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상식이나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명백한 법률 위반이나 실책이 없는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결국 이재명 대표 방탄 물타기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정치 공세이자 무소불위 힘자랑이다. 멈출 줄 모르는 의회 폭주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또한 윤 원내대표는 "차장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가결됐는데 현직 검사까지 표적으로 삼는 것은 다수당의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라며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이라는 탄핵 트리플크라운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정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흑역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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