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무르익은 소리로 끝까지 노래하고 싶어…세계 오페라 극장 누비는 대구 출신 베이스 임채준

  • 최미애
  • |
  • 입력 2023-10-16  |  수정 2023-10-16 07:57  |  발행일 2023-10-16 제14면
고교 1학년 경북예고 전학 후 국악 작곡 전공하다 성악으로

3년째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의 '아이다' 무대

베이스 주역 러시아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도전하고싶어
2023101501000386400016792
러시아 공연 전인 지난달 대구를 찾은 베이스 임채준이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채준
러시아 공연 전인 지난달 대구를 찾은 베이스 임채준이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1501000386400016793
올해 초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에 출연한 임채준(맨 앞). <라 스칼라 극장 제공>
2023101501000386400016794
올해 초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 출연한 임채준(맨 앞). <라 스칼라 극장 제공>

올여름 100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는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구 출신 성악가가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비롯해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베이스 임채준이다. 그는 이 축제의 '아이다' 공연에 2021년부터 3년째 출연하고 있다. 임채준은 영남대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아카데미,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2005년 중앙콩쿠르 성악 부문 1위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탈리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1위,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국제콩쿠르인 오페랄리아 콩쿠르 3위 등 다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밀라노 라 스칼라, 베니스 라 페니체, 독일 뮌헨 슈타츠오퍼, 베를린 도이치 오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등 세계 유수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 공연 전인 지난달 대구를 찾은 임채준으로부터 성악가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악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대륜고에 다니다가 1학년 말쯤 경북예고로 전학 갔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처음에는 국악 작곡을 전공했다. 성악을 하는 친구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고 따라 불렀다가 친구들이 잘 따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성악으로 전공을 바꿨다. 성악을 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받았고, 재미를 느꼈다."

▶라 스칼라 아카데미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라 스칼라 극장에 오디션을 보고 싶어 극장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들어가게 됐다. 입학 후 단역으로 무대에 섰는데, '조만간 내가 여기를 정복하겠다'라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서 잘못되면 실망감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친구 등을 통해 조언을 받아 에이전시에 나를 소개하는 e메일도 계속 보내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2007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단역으로 외국 무대 첫 데뷔를 했다. 내 대사는 한 마디였지만, 대단한 지휘자(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데 틀리면 어쩌나 싶어 연기하면서 떨렸던 기억이 난다."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활동하며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이전에는 콩쿠르를 준비하기 위한 발성에 신경 썼다면, 무대에 서고 나선 극장에서 내 소리가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들릴까를 생각하게 됐다. 소위 잘나가는 성악가들과 무대를 함께 하면서 시너지가 생겼고 공부가 됐다. 그 사람들만의 문화에서 나오는 억양이나 연기로 표현하는 것도 많이 배웠다."

▶지금까지 출연한 오페라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역할은.
"40개 정도의 역할을 해봤는데, '돈 카를로'의 필리포 2세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시대적으로 보면 나랑 나이가 비슷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분노는 '안으로 하는' 분노다. 50대쯤 되면 그 분노를 잘 알고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 체감하나.
"한국 성악가들이 성실하고, 연주에서 실수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럽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연주를 취소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베이스는 음정이 떨어지거나 둔할 수 있는데, 한국 베이스들은 섬세하고 소리도 아름답다."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을 가지고 한 가지만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성악은 항상 공부해야 하고, 바로 승부가 나는 게 아니다. 나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오디션을 40번 정도 보고 그중 두 군데서 연락을 받았다. 그때는 '제발 1년에 작품 2개만이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극장 관계자나 캐스팅 담당자들이 점점 내가 커가는 모습을 봤고, 무대에 계속 서게 됐다. 끝까지 해보는 그런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꿈이나 하고 싶은 역할은.
"베이스는 60대에 더 무르익은 소리가 난다. 나는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어 하는데, 노래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독일 극장에서도 대부분 이탈리아 오페라를 했는데, 내년 초 독일에서 '마술피리'에 '자라스트로'로 출연한다. 독일 작품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베이스가 주역인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등 러시아 오페라에서 주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