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국민의힘이 총선서 이기는 완벽한 방법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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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9 06:55  |  수정 2023-10-19 06:56  |  발행일 2023-10-19 제22면
귀책 장본인 후보 세운 오만
尹 소통·포용 리더십 보여야
당 '용산 예속'이면 공천 난망
중도층 '스윙보터 지역' 좌우
반공 프레임은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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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국민의힘의 완벽한 패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얘기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율 차는 17.5%포인트.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참패한 2020년 총선 때 강서구 세 지역구 합산 득표율 차인 18.08%포인트와 흡사하다. 지난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쌓은 탑을 고스란히 반납한 꼴이다.

패인은 복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시대착오적 이념전쟁, 여당의 대통령실 종속, 주 69시간 근로 따위의 설익은 정책 남발 등이 악재로 작용했을 터다. 게다가 보궐선거 귀책사유의 장본인을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해 다시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의 눈엔 오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강서구청장 보선은 내년 총선 수도권 승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내심 과반 의석을 노리는 여당으로선 충격적인 성적표다. 국민의힘이 과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도권 지역구 121석 중 40%인 48석은 건져야 한다. 현재의 표심이라면 '미션 임파서블'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은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고작 30%대. 여당이 불리한 구도다.

방법이 없을까. 그럴 리가. 있긴 한데 실천이 어렵다. 먼저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불통의 구각을 벗고 소통 행보를 보여야 한다. "취임 이후 정식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도어스테핑마저 중단하지 않았나. 포용·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갈증도 해소해야 한다.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군림의 리더십을 보였다"(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때 수시로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했다. 윤 대통령은 그럴 수 있을까.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조타수 김기현 교체는 물론 인적·제도적 쇄신이 필요하다. 음식 맛과 위생불량을 그대로 둔 채 메뉴만 바꾼 식당이 손님을 끌 수 없는 이치다. 무엇보다 '용산 예속' 구도를 깨뜨려야 한다. 대통령에 90도 인사하는 김기현 대표의 자세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직적 역학관계를 상징한다. '용산 해바라기' 여당에서 시스템 공천이 가능하겠나. 20대·21대 총선도 불량공천이 화를 부르지 않았나.

중도층 흡인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조조가 말했던가. 중원을 얻는 자 천하를 지배한다고. 선거도 마찬가지다. 무당·중도층 표심을 얻는 정당이 선거를 지배할 것이다. 중도층 이탈은 수도권·충청권 같은 '스윙보터 지역'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한데 윤 정부의 그간의 행보는 반(反)중도 성향이 강했다. 대통령이 불을 지핀 이념전쟁도 그렇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민주당? 극좌 유투버? 실체가 모호하다. 한 논객은 "공산전체주의란 허상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다"고 꼬집었다. 철 지난 '반공 프레임'이 중도·청년층에 먹힐 리 없다. 경선 룰의 국민여론 비중을 높이는 것도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을 제고하는 방책이다.

일본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던 1980년대. 그러나 일본은 글로벌 트렌드를 좇지 못하며 오히려 종신고용을 자랑했다. 또 '플라자 합의'로 미국경제에 완벽하게 예속됐다.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점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심의 흐름에 올라탈까. 이번에도 오불관언이면 총선은 보나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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