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번 해보고 싶었다"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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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8  |  수정 2023-12-08 08:45  |  발행일 2023-12-08 제23면
안동 옥동 85세 이필희 어르신
1년간 빈병 모아 판돈 기부해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경북 안동 옥동 주민 이필희씨가 지난 5일 빈 병을 모아 판 돈과 함께 전달한 손편지. <안동시 제공>

85세 한 어르신이 1년간 빈 병을 모아 판 돈을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내놔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 안동 옥동 이필희씨. 그는 지난 5일 빈 병을 모아 판 돈과 자녀가 준 용돈을 모아 만든 30만원을 한 통의 편지와 함께 옥동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편지에서 이필희 어르신은 쓰레기장에서 빈 병을 모으게 된 사연을 담담히 적어 나갔다. 그는 "오남매 키우느라 힘들게 살다 보니 없는 사람에게 밥 한 술 못 줘 봤고, 입던 옷가지 중 하나 못 줘 봤다"며 "나도 남의 옷 맨날 얻어 입고 살아왔는데,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 번 하는 게 소원"이라고 털어놨다.

이필희 어르신이 빈 병을 모으기 시작한 때는 지난 1월부터다. 그렇게 모아 판 돈은 15만원. 소주병으로 따지면 무려 1천500개를 모은 것이다. 그는 "10원도 안 쓰고 모았다. 자식들이 준 용돈을 아껴 써 마련한 15만원을 보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려운 어린이한테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눈 뜬 멩인'이라고 소개하고 근로자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웠음을 밝힌 이필희 어르신의 자필 편지글은 비록 맞춤법에 맞지 않는 단어 투성이였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안동시 옥동 김지화 복지팀장은 "힘들게 마련한 돈을 기꺼이 내준 어르신의 마음이 어떤 나눔보다 크고 소중하다"며 "기부해 준 성금은 어려운 아동을 비롯해 힘든 이웃에게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르신이 기탁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려운 이웃과 소외계층을 위해 지원될 예정이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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