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를 찾아서] '영천 출신' 권태신 전 전경련(현 한경협) 부회장 "포스코·한수원·가스公 있는 대구경북, 우크라이나 재건 동참에 유리"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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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3 08:44  |  수정 2023-12-13 08:44  |  발행일 2023-12-13 제29면
국비 유학 후 英재경관·OECD대사 근무
대통령 네 분 보필에다 靑파견도 수차례
5월 한-우크라 경제통상協 초대회장 추대
기재부 소관 협회로 재건사업 진출 창구役
건설 중심 복원보다 신재생에너지 등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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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전 전경련 부회장이 OECD 건물을 그린 액자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네 명의 대통령을 보필했던 그는 다양한 정부를 경험하며 정부 전체의 입장에서 국가의 장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권태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은 자칭 '국가의 은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다. 국비로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국제금융과정을 공부했다. 영국 런던에서 재경관으로 3년간 근무했으며, 파리에서는 OECD 대사로 2년 4개월간 근무했다. 청와대 파견 근무도 여러 번 했는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필했다.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다. 권 전 부회장은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정부 전체의 입장에서 국가의 장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회고했다.

◆ 대구경제 침체원인은 '폐쇄성'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공군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전국의 주요 도시를 옮겨 다녔다. 그의 아버지는 1969년 판문점 정전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권성근 제4대 공군작전사령관이다. "고향 영천에 대해선 아주 잠시 머물렀던 기억밖에는 없어요. 영천에서 경남 사천, 서울 등으로 초등학교를 무려 6번이나 전학했죠. 일곱 살 무렵 서울로 이사를 했는데, 서울역에서 영등포시장까지 가면서 보았던 시내 풍경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요. 폭격으로 망가진 건물에서 느낀 전쟁의 참혹함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어요."

그는 자신이 태어난 영천보다 경북중·고에 재학하면서 보낸 대구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대구 출신인 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구가 예전보다 많이 뒤떨어졌다는 것이에요. 대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세분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우수한 인재도 여럿 나온 명실공히 국내 '넘버2' 도시였는데, 지금은 옛 명성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버렸죠."

권 전 부회장은 대구지역 침체의 원인을 '폐쇄적 문화'에서 찾았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사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개혁에 앞장서야 하는데, 대구는 옛날 것만 붙들고 경쟁과 개방을 등한시했어요. 대영제국, 로마제국이 수백 년 동안 융성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외지인들에 개방적이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 한-우크라이나 경제협력 박차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무려 970조원으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민간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을 향한 움직임은 조용히,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권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출범한 한-우크라이나 경제통상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됐다.

"러시아 침공으로 피폐화된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활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기재부 소관 협회로 창립했어요. 앞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한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의 창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등과 산업 분야별 기업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열린 행사에서는 제1부총리 겸 경제부장관, 대통령실 부실장 등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우크라이나 고위급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 우크라이나 현지 지사 설치 등 향후 계획된 일정도 빼곡하다.

권 전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건설 중심의 복원 사업보다 새로운 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 인프라 추진이 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구경북과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권 전 부회장은 "6·25 전쟁 후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정책 등에 박차를 가한 대구경북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가야 할 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구경북은 포스코, 한수원, 한국가스공사와 협력사가 있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중에 영합 '포퓰리즘' 경계해야"

최근 지구촌에서는 내년 세계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금융시장의 불안정, 경제 불균형 등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국내 경제를 되돌아보면 대개 경기침체 후 큰 폭의 반등을 보였어요. 1998년 5.1%→1999년 11.5%, 2009년 0.8%→2010년 6.8%의 반등을 보였지요. 하지만 내년에는 기저효과를 반영하더라도 과거 수준의 반등은 어려울 거라고 봐요. 미국의 경기침체와 중국의 성장동력 약화 등 글로벌 경제 부진의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보이거든요."

그는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착화가 불가피한 만큼 우리 정부가 취할 경제정책도 달라져야 함을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활동 참가율을 제고하는 한편 이민 활성화 등을 통해 노동 투입의 감소세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부담 경감, 신성장동력 지원 강화, 규제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자본투입 확대를 유도하고,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중에 영합해 남발하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권 전 부회장은 "영국, 프랑스, 남미 등 포퓰리즘으로 인한 실패사례는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한국도 지난 정부 기간 중 소득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했지만 실업률·비정규직만 늘어나고, 국가부채가 훌쩍 늘어나는 등 부작용만 초래했을 뿐"이라며,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기업활력이 제고되면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기업의 고용 여력이 늘어나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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