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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축하공연에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엔데믹 선언으로 올해 대구 문화계는 활기를 되찾았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공연장은 관객들의 환호로 가득 차며 코로나19 이전의 열기가 다시 느껴졌다. 대구의 대표 공연 축제들도 풍성한 무대로 채워져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술시장은 호황을 누렸던 예년에 비해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부 지역 문화 기관·문화단체의 운영과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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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대구국제아트페어(diaf)에서 VIP 관람객들이 다양한 미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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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예술인들이 지난 4월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공연금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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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콘서트하우스에 마련된 고(故) 줄리안 코바체프 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추모 공간. 최미애기자 |
◆대구 공연계 "엔데믹 후 활기 찾았으나 숙제도"
지난 5월 엔데믹 선언 이후 대구의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수성아트피아와 봉산문화회관 내 중극장인 가온홀 등 리모델링을 마친 공연장들도 다시 문을 열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준비해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공연(대중 예술 제외)은 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 예매 수와 티켓판매액은 각각 19만1천405매, 69억1천230만6천170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1%, 13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한때 공연계 관객몰이의 '변수'가 됐다. 공연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인기 공연의 경우 여행수요 증가와 무관하게 흥행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공연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구 문화계에서도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엔데믹 후 DIMF 현장관객 ↑
오페라축제 20주년무대 화제
리모델링 마친 공연장 재오픈
글로벌경기 탓 미술시장 침체
'합창' 공연 종교편향 논란 빈축
대구미술관 관장채용 부침도
올해는 기념할 만한 해를 맞이한 공연 축제가 집중된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오페라 '엘렉트라' 초연, 오페라 '살로메' 전막 대구 초연 등을 무대에 올려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10회를 맞은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은 기존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를 개칭한 것으로, 5개 해외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총 11개 오케스트라가 축제에 참여했다. 클래식 전용홀로 재개관한 지 10주년을 맞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재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국내외 유명 연주자, 지역 연주자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부터 다시 '마스크에서 자유로운 축제'가 진행되면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오프라인 참여객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제17회 DIMF를 즐긴 참여객은 오프라인 22만여 명, 온라인 5만여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오프라인 15만여 명, 온라인 12만여 명과 비교하면 축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즐기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DIMF는 당초 공연장 비수기인 6~7월을 활용해 열리는 축제였지만, 올해 5~6월로 축제 시기가 변경됐다. 이 시기에 DIMF 외에 다른 공연·축제도 활발해 DIMF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왔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 대구를 부끄럽게 한 논란도 있었다.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이 참여하기로 했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이 종교 편향으로 무산됐는데, 그 발단이 된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뭇매를 맞았다. 안건 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제였던 탓에 종교계 자문위원 1명이 이 곡에 대해 '종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공연이 무산된 것이다. 이 논란은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빈축을 샀고, 결국 대구시는 종교화합자문위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며 이를 폐지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지역 예술인 참여 기획 공연을 하면서 입장료를 받았음에도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공연 대부분을 전석 매진시키며 대구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줄리안 코바체프 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지난달 12일 세상을 떠난 것. 그는 2014년 4월 취임 이후 올해 3월까지 대구시향을 이끌었고, 임기가 끝난 후에도 대구에서 지내왔다.
◆대구 미술계 "법적 공방 등 잡음 이어져"
올해 대구 미술계는 유난히 잡음이 많았던 한 해였다.
대구미술협회(이하 대구미협)는 회장 보궐선거 방법 및 결과를 두고 구성원 간 갈등이 불거졌고, 이는 회장직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고(故) 김정기 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대구미협 회장직은 '이사회를 통한 선거'와 '총회를 통한 선거'를 두고 구성원 간 의견이 갈렸다. 결국 이사회를 통한 선거에서 노인식 후보가 당선됐지만, 일부 대구미협 구성원들이 법원에 제기한 '(대구미협 회장)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신청이 인용 결정되면서 도병재 대구미협 부회장이 대구미협의 임시 수장을 맡고 있다. 대구미협 회장 자리는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장기 공석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지역 미술계 전반의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신임 관장 채용 건으로 부침을 겪었다. 대구미술관장 자리는 지난 3월 최은주 전 관장이 연임 3개월여 만에 사직한 이후 10개월째 공석을 이어가면서 지역민 문화 향유권 침해까지 우려됐다. 이에 대구미술관장 임용 주체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신임 대구미술관장에 내정했지만, 부적절한 징계 기록이 발견됐다며 임용을 취소했다. 이에 반발한 안 내정자가 진흥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진흥원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내용의 법원의 1심 판결이 지난달 23일 나왔고, 같은 달 28일 안 전 관장이 낸 '(대구미술관장) 임용후보자 내정 취소 통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까지 기각되면서 진흥원의 관장직 공모 절차 개시가 가능해졌다. 이에 진흥원은 지난 7일 신임 대구미술관장 채용공고를 내고 오는 29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1심 판결 불복 입장을 밝힌 안 전 관장이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대구미술관장직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시장의 침체도 깊어졌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고금리에 따른 금융시장 위축 등 글로벌 경기 불안 요인이 미술시장을 강타하면서 컬렉터들의 활동을 위축시킨 탓이다. 지난해 '대구아트페어'에서 'diaf(대구국제아트페어)'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한 diaf의 올해 매출은 70억원대로 지난해 75억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전년보다 5천명 증가한 1만5천여 명이 'diaf2023'을 찾았고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얻는 등 미술시장 저변 확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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