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할머니도 CEO도 '쾌척'…영천시장학회 감동의 나눔 스토리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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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08:14  |  수정 2024-01-11 08:45  |  발행일 2024-01-1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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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인 임옥이(오른쪽 둘째) 할머니가 생활비를 아껴 모은 200만원을 영천시장학회에 기탁했다.

경북 영천시장학회(이사장 최기문 영천시장)에 기탁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가슴 뭉클한 숨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기초수급 어르신에서부터 고향을 그리는 기업 회장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시민과 출향인의 따듯한 나눔의 스토리가 영천시장학회에 전해졌다. 2002년 설립된 영천시장학회는 현재까지 총 361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조성해 5천270명의 학생에게 8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생활비 절약
임옥이 어르신 온정에 큰 울림

종갓집 시집와 60년간 모은돈
"4남매가 받은 장학금 갚는 셈"

올 첫 기탁자 정연택 DCM 회장
부모님 고향 찾아 1억원 전해

수혜자→기탁자로 잇단 동참도


정암장학회
부친이 부산에서 설립한 장학회를 이어받은 정연택(오른쪽) DCM회장이 장학회 기금 1억원을 영천시에 전달했다.

◆기초수급 어르신 생활비 아껴 기탁

지난해는 첫 기탁부터 이웃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천 망정동에 거주하는 임옥이 어르신은 기초수급자임에도 생활비를 절약해 한푼 두푼 모은 200만원을 계묘년 첫 장학금으로 기탁해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어르신은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영천 학생들이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식들 받은 장학금 되돌려준다"

지난해 12월엔 정기교 어르신(영천시 대창면)이 "60여 년간 모은 1천만원을 정부로부터 받은 자녀들 장학금을 갚는 셈 친다"며 쾌척했다. 할머니는 화북면 횡계리 출신으로 20세에 대창면으로 시집와 종가의 고된 시집살이와 힘든 농사일을 하며 4남매를 키웠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도 4남매는 국비 장학금을 여러 차례 받으며 주경야독으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할머니는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가훈을 새기며 한시도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낮에는 과수원 농사를 짓고 밤에는 가톨릭 신자로서 성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성경 신·구약 2편을 4년2개월28일에 걸쳐 완필하고, 이를 통해 전국 가톨릭 신자 성경 필사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또한 한자 능력 6급 시험에 합격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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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정기교(가운데)어르신이 자녀들이 받은 장학금을 갚는다며 60년간 모은 1천만원을 영천시에 기탁했다. <영천시 제공>

◆부모님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올해 첫 번째 기탁자는 부산에서 올라왔다. 지난 3일 정연택 정암장학회 이사장(DCM<주>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해 나가는 학생들이 장학금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영천시를 직접 방문해 1억원을 기탁했다. 정암장학회는 정 회장의 모친 고향인 임고면의 임고초등에도 2001년부터 매년 1천200만원을 특기 적성교육 지원사업비로 지원하고 있다. 정암장학회는 영천 도림동 출신인 고(故) 정진태 전 DCM<주>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2000년 7월11일 설립됐다. 이공계 대학생과 공고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방과후 특기 적성교육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수혜자에서 기탁자로 선순환

영천인재양성원에 재원하며 여름방학 해외어학연수에 참여한 영천중 고민성 학생은 자신이 받은 장학혜택을 다른 친구들과도 나누고 싶다며 지난해 9월 5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주>우진농업회사법인 최진욱 대표의 아들 익준씨와 딸 서은씨도 각각 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아들은 경북대 의대에 재학 중이며, 딸은 올해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이들은 장학나눔에 함께하고 싶다고 기탁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영동고 48회 졸업생 14명이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고자 100만원을 기탁하고, 학교 재활용품 수거 사업에 동참한 금호여중·포은고 학생들이 수익금을 기탁하는 등 가슴 따듯해지는 손길들이 모여 영천시장학회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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