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에 혈액원 화재…30대 직원 '벌금 1천만원'

  • 민경석
  • |
  • 입력 2024-01-18  |  수정 2024-01-17 16:11  |  발행일 2024-01-18 제8면
혈액제제 7천670 유닛 폐기 등 재산 피해액만 3억원 달해

재판부 "담배꽁초 때문에 화재 발생한 사실 넉넉히 인정"
[사건 속으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에 혈액원 화재…30대 직원 벌금 1천만원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건물 화재 현장. 영남일보DB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를 버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불이 나게 한 30대 직원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소중하게 모은 혈액이 잿더미가 돼 버린 셈이다.

대구지법 형사4단독 김대현 판사는 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3)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대구경북혈액원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2022년 7월10일 새벽 1시6분쯤 당직 근무 중 혈액창고 인근에서 직장동료 B씨와 담배를 피웠다. A씨는 이 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담배를 튕겨서 끈 뒤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버리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후 당직 근무를 하던 A씨는 같은 날 새벽 1시45분 쯤 혈액창고에 불이난 것을 확인하고 황급히 경찰에 신고 했다.

신고 당시 불은 이미 손쓸 틈 없이 번져 혈액창고 출입구 옆 건물 외벽을 타고 혈액공급실 내부까지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다. 이로 인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혈액제제 1만1천여 유닛(1회 헌혈용 포장 단위) 중 혈소판제제, 혈장제제 등 7천670유닛이 폐기됐다. 또한 약 4천 유닛은 다른 지역 혈액원으로 분산 이송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혈액을 보관하던 냉동·냉장기 등도 불에 탔다. 이로인해 발생한 수리비 등 재산 피해액만 약 3억원에 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담배꽁초를 버린 행위와 화재가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당국이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날 혈액원 근무자는 A씨와 B씨 뿐이었고, 불이나기 전 두 사람외에는 혈액창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최초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에 대해 "혈액 창고 외부 출입문 왼쪽 하단부에서 발화해 건물 내부로 옮겨 붙었다"며 "화재와 관련 지을 특이 기구나 잔해가 식별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쓰레기통에 버려진 담배꽁초 등 인적 요소로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 판사는 "B씨가 법정에서 '피고인이 평소 보통 불씨를 튕기는 방법으로 담배를 끄고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이 담배 불씨를 주차장 쪽으로 튕기는 걸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사실히 넉넉히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민경석

민경석 기자입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