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렌털 친구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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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5 06:54  |  수정 2024-03-15 06:56  |  발행일 2024-03-15 제27면

이른바 '렌털(rental·대여)의 시대'다. '소유'보다는 '공유'에 더 가치를 두는 소비 패턴이 보편화된 것. 정수기·공기청정기·세탁기 등 생활 가전제품뿐만이 아니다. 이젠 사람까지 빌릴 수 있다. 렌털 문화의 성지로 통하는 일본에선 몇 년 전부터 '렌털 남여 친구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일정 금액을 내면 정해진 시간 동안 렌털 친구와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같이하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렌털 친구 리스트엔 얼굴과 나이·직업·특기 등이 소개돼 있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마치 '인터넷 장터'를 보는 듯하다. 친구 역할 말고도 인생 선험자로서 조언을 해주는 '렌털 아저씨(아주머니)'도 있다. 정년 퇴직한 장년층이 젊은 회사원에게 조직생활의 요령이나 인생 설계 등을 들려주는 식이다. 일부 부적절한 렌털도 있지만 대부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렌털 친구 서비스는 개인주의 확산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고 싶지 않으려는 인간 심리의 산물이다. '나혼자 산다족(族)'의 급증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렌털 친구를 만나러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렌털친구를 만난 영상과 후기를 유튜브·SNS에 올려 주목을 받기도 한다. 한편으론 씁쓸하다. '머니 체인지스 에브리씽(Money Changes Everything)'이란 팝송 제목처럼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돈으로 사람의 마음까지도 살 수 있을까. 사람 렌털, 일견 쿨해 보이지만 결국 '군중 속 고독'만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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