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와인 박물관' 전경. |
◆와인박물관은 '장소의 재발견'
지난 5월8일 찾은 와인 박물관은 일반적인 와인 저장소와는 다르게 1층에 있었다. 과거 채석장을 그대로 사용해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는 것이다. 컬렉션 공간, 음식점, 교육 공간 등도 과거 채석장을 활용해 더욱더 색다른 감흥을 준다.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드라마, 영화 등 촬영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물관의 역사는 과거 13~18세기로 올라간다. 이곳은 파리 건설에 필요한 돌을 공급하기 위한 채석장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퐁네트 다리 등도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과거 박물관 주변에는 포도나무가 무성했다. 수도사들이 밭에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들어 이곳에 보관했다. 당시 수도사들이 만든 와인은 루이 13세에게 진상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이곳은 문을 닫았다.
다시 이곳이 발견된 건 1950년대다. 재건된 공간은 한동안 에펠탑 레스토랑의 와인 저장고로 사용됐다. 이후 1984년 프랑스 와인을 세계적으로 장려하는 연합(Conseil des Echansons de Franc)이 설립됐다. 이곳이 연합의 본사가 되면서 와인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폐채석장 활용 지상 와인저장소 조성
40년 동안 모은 소장품 2200개 전시
포도숙성법 교육에 다양한 공연도
박물관 내 레스토랑엔 소믈리에 상주
정부 교육기관 인정 '시음코스' 운영
"생명력 느껴지는 활기찬 장소 도약"
와인박물관은 과거 채석장을 그대로 활용해 1층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전쟁 중에 만들어진 와인 등 다양한 역사를 간직한 와인병들도 볼 수 있다. |
와인 박물관에는 2천200개의 소장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소장품들은 40년 동안 경매, 기부 등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서 모았다. 시간 순서에 따라 진열돼 있다. 전쟁 중 만들어진 와인, 4세기에 만들어진 와인 잔, 와인 만드는 과정 등 와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는 흥미를 끌 만한 역사적 인물에 관한 것도 전시돼 있다. 프랑스 유명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1840년부터 1847년까지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자크는 가명을 사용했는데, 빚쟁이들이 찾아오면 도망갔다고 한다. 발자크가 살았던 공간을 밀랍 인형 등으로 전시해 꾸며놨다.
다양한 공연도 박물관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재즈·락·랩 등 공연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춤을 출 수 있는 DJ 쇼가 열린다. 이외에 사진, 영화 등의 전시도 이뤄지고 있다.
박물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 역시 관광객을 이끈다. 레스토랑에는 소믈리에 상주하고 있어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와인 박물관의 시음코스도 인기다.
아그네스 드 몬테농 와인 박물관 언론 담당자는 "매년 2만 명의 방문객이 박물관을 찾는다. 레스토랑에는 4만8천 명이 저녁 식사를 하러 오는데, 저녁에는 비밀스러운 박물관처럼 문을 열어주는 등 이벤트를 제공한다"면서 "앞으로 가능한 한 현대예술 전시를 많이 하는 게 목표다. 역사적 장소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와인 박물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소믈리에가 상주해 취향에 맞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다. |
올리비에 샹드 와인박물관 운영자는 역사적인 장소를 활용해 지붕 없는 박물관을 만들 때 중요한 점은 활기찬 장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간을 생명력이 느껴지는 활기찬 장소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즐거워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면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장소의 가치를 계속 높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적인 장소'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비에 샹드 운영자는 "공간이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컬렉션만 많다고 해서 그곳의 질을 높일 수 없다. 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교육"이라면서 "교육을 통해 장소를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 와인 박물관은 프랑스 정부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와인 시음 코스 등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발견하고, 경험하면서 공간이 더욱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와인 박물관의 장점은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와인 박물관에 들어오면 작은 포도밭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입장 후에도 관객들이 원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지방의 느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포도 재배, 샴페인 컬렉션 등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방문객을 사로잡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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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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