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조용한 봉화 마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지역사회 '충격'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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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8  |  수정 2024-07-17 15:56  |  발행일 2024-07-18 제8면
복날, 조용한 봉화 마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지역사회 충격
지난 15일 점심식사 중 발생한 농약 사건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던 봉화군의 한 경로당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단순 식중독 사고인 줄 알았는데 농약이 나왔다고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경북 봉화에서 한 마을 주민들이 함께 점심을 먹은 뒤 4명이 쓰러졌는데, 이들에게서 농약 성분이 나오자 봉화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과거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농약 사건들까지 재소환 되면서, 이번 사건도 주민들 간 사소한 갈등이 독극물 테러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봉화군 내성리 경로당을 다니던 60~70대 주민 41명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고, 오전 11시 50분쯤 인근 한 식당에서 오리 불고기를 먹었다. 이들 중 A씨 등 5명은 한 테이블에서 오리 불고기와 열무김치 등을 개인 접시에 덜어 먹었다.

이후 경로당 부회장인 A씨는 B씨와 함께 평소 즐겨 찾던 노인복지관을 찾아 탁구장에서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어지럼증과 복통 등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고, B씨도 거의 동시에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어 오후 3시쯤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경로당 회장 C씨도 소식을 듣고 경로당을 찾아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중 갑자기 속이 안 좋다며 쓰러졌다. 경로당에 있던 사람들은 "C씨가 말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고, 침을 흘리며 숨을 쉬지 못하고, 근육이 경직되는 경련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은 봉화군은 단체 식사 중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검체를 채취해 경북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안동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A씨 등 3명의 위 세척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한 결과, 살충제 성분인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최초 국과수에서 '엔도설판'으로 판정했던 유기인제는 살충제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성분인 것으로 재판명됐다.

현재 A씨 등 3명은 의식이 없는 중태에 빠졌고,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6일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한 70대 D씨도 집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식사한 나머지 1명은 아직 별다른 이상 증상은 없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17일 찾은 경로당 주민들은 "처음에는 다들 식중독인 줄 알았는데, 농약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평온했던 마을에 도대체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용의자가 특정된 게 없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며 "이들 4명이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피해를 봤을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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