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시인) |
[송재학의 시와 함께] 97 장석주 / 기린이라고 불리는 식물
당신이 문가에서 기린을 맞을 때
기린은 먼 데서 온 당신의 이복형제,
웃음 속에 거짓말과 진실을 감춘 형제,
당신은 방탕한 세대에 속한다.
기린은 당신의 말을 모르고
당신은 기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당신은 때때로 울고
기린은 우는 법을 알지 못한다
왜 기린은 당신의 꿈속을 헤매는가?
왜 미인은 생애 주기가 짧은가?
왜 당신은 중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는가?
초식동물의 상냥함을 배우지 못한 채로
살아온 것은 당신 운이 좋았던 탓이다.
기린에게 바닷가의 석양을 보여주고
기린의 마음을 받으려 하지 마라.
기린에 대한 생각은 기린의 긴 목을 닮아서 길어지면서 독특할 수밖에 없다. 바닷가 석양이라는 풍경과 겹쳐진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하여 시인이 자신의 목을 길게 늘어뜨려 기린으로 변신하는 것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다. 시인이면서 기린이기에 슬픈 모습이다. 긴 목으로 시인을 기웃거리는 기린은 다채로운 영혼을 가진 시인의 거울이다. 기린의 마음속에 시인이 자주 들락거린다. 중국인 친구는 없지만 시인에게는 기린이 있어, 생활의 기묘함을 천연덕스럽게 받아들인다. 초식동물의 상냥함을 배우지 못했기에, 공공연한 폭력과 야만에 대해 기린과 달리 우리는 깊이 분노한다. 당신도 때때로 기린이기에 울고 웃지 않는가?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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