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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
인공지능(AI) 개발을 둘러싼 미·중간 경쟁이 치열하고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다. '치열'은 AI 3대 요소인 알고리즘, 컴퓨팅(반도체), 인력 양성의 경쟁 측면이다. '복합'은 경제·정치·군사·문화적인 다차원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배경에는 AI 기술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패권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全) 국가적 차원에서 구성된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AI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으며,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을 제치고 선두 국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의 국가안보망(PRISM)에 맞서 '정보만리장성'(GFW, Great Firewall)전략을 세워 통신 기업을 육성해 왔다. 2030년까지 글로벌 AI 혁신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미국의 MAMAA(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에 맞서 BATES(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아이플라이텍, 센스타임)의 5대 핵심 기업을 집중해서 키우고 있다. 중국의 패권적 야망과 전략이 배어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의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패권 국가인 미국과 떠오르는 도전국인 중국은 전쟁을 피할 수 없다. 두 나라 간 헤게모니 투쟁은 시작되었고, 그 핵심에는 AI 개발 경쟁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작년 11월 작고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헨리 키신저는 'AI 이후의 세계(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를 저술한 바 있다. AI 기술이 가져올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의 혁명적 변화를 기술했다. "핵무기가 아니라 AI가 미·중 패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며, AI는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인류의 안보는 매우 위험해졌다"고 언론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 '인간중심적 인공지능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인공지능 지수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개발에서 미국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이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톱 인공지능 모델 개발은 미국(61개)이 중국(15개)을 앞섰고, 민간 투자액에서도 미국이 중국에 비해 8.7배 많은 6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은 글로벌 특허에서 미국(20.9%)의 세 배에 이르는 61.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강점은 기술력과 글로벌 기업과 투자이고, 중국의 장점은 인구와 데이터 규모, 국가적 지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도 많은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쾌거를 이룬 양궁, 사격, 펜싱 등 스포츠 과학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옥외에서 열리는 양궁은 바람, 습도, 온도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풍속과 풍향의 미세한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무한 반복 훈련을 통한 '체화된 직감'이 이제는 데이터로 객관화되고 있다. 경기 시설 모두 빅데이터 과학이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시작되었다. 제임스 배럿은 '인공지능은 인류 최후의 발명'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AI 경쟁을 분석하는 이유는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국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대전략을 수립해야 하다.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혁신적인 지원과 투자, 글로벌 협력을 통한 국가·기업 간 연대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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