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라팍 '100만' 관중 달성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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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9  |  수정 2024-08-19 07:07  |  발행일 2024-08-19 제22면

[취재수첩] 라팍 100만 관중 달성
정지윤기자〈체육팀〉

대학생 때 삼성 라이온즈의 열정 팬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엔 가방에 유니폼, 수건 등 응원 도구를 한가득 챙겼다. 학교에서 야구장으로 가기 위해선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해야 했지만, 그 시간마저도 행복이고 설렘이었다.

당시 야구장에는 중년 남성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도 열정적으로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삼성이 경기에서 이기는 날에는 자축파티는 필수 코스였다.

2016년 한국을 잠시 떠나 홍콩에서 생활할 때도 삼성 야구는 기자에게 힘을 줬다. 지친 타국살이 중 삼성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때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야구에 관한 관심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던 시기는 2017년부터였다. 삼성이 9위를 하고 이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자 열정적인 팬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기자에게 팀이 못해도 응원하는 너그러운 팬심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후 최애 선수까지 다른 팀으로 이적하자 삼성과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그러던 중 최근 삼성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체육팀으로 발령을 받은 것.

다시 찾은 야구장에서 과거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30대 여성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의 2만4천석이 매진된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 결과 지난 14일 라팍은 창단 후 한 시즌 첫 홈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2024시즌 비수도권 최초의 첫 100만 달성이었다.

라팍이 100만을 달성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성적'이 중요한 배경이다. 지난 17일 기준 116경기를 소화한 삼성은 10개 구단 가운데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커지며 라팍으로 팬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또 '재밌는 야구'도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13일 라팍에서 열린 KT위즈와의 경기에서는 1회 초에만 이성규의 2타점 홈런, 김영웅과 강민호의 솔로홈런이 터졌다. 그결과 삼성은 팀홈런 134개(15일 기준)로 전체 구단 중 1위다.

결국 라팍이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차기 위해선 '잘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앞으로 팬들에게 '재미있는 야구' '이기는 야구'로 즐거움을 선사해주길 바란다.

정지윤기자〈체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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