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배 한국산업단지공단 디지털혁신본부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지금은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만 수출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
필자가 윤창배 한국산업단지공단 디지털혁신본부장(상무)을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그가 경북지역본부장을 맡았을 때다. 그에게 받는 첫 인상은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올해 상무로 승진한 이후 산단공 직원이 현실적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상무라는 것을 들으면서, 실력을 갖춘 겸손한 사람임을 알게 됐다.
윤 본부장은 1970년 대구 군위에서 태어났다. 대구대를 졸업했다.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산단공에서 젊은 나이에 지방대 출신의 임원이 됐다. 윤 상무보다 높은 직책인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있지만, 윤 상무와 인터뷰를 한 이유 중 하나다. 그에게 "대구권 대학 출신이 젊은 나이에 대구 본사의 공기업 임원이 됐다는 것은 지방대 출신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어보니, "운이 좋았다" 며 말을 아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36개의 국가산단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일반산업단지 등 총 82개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인 공공기관이다. 대구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디지털혁신본부장실에서 산단공 임직원으로 살아온 이야기와 그가 총괄 지휘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디지털화 및 그린 산단 구축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트 산단이라는 말이 있던데, 산업단지의 디지털화 및 그린 산단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
"디지털과 그린은 일상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용어가 됐다. 기업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분야다. 디지털과 그린이 접목된 단지를 우리는 스마트 산단이라고 부른다. 산업단지를 디지털화· 에너지 자립화· 친환경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경쟁력 있고 환경친화적인 산업단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생산의 69%, 수출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산업단지를 스마트 산단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도 늘리는 길이다. 2027년까지 25개 산단을 스마트 산단으로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현재 18개 산단에서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그린 산단 구축의 한 방법인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를 전력원으로 하는 게 얼마만큼 중요한가.
"구글·애플·벤츠·삼성전자 등 전 세계적인 기업들이 'RE 100 캠페인'(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 납품업체에게도 'RE 100'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대기업은 자신의 협력업체들에게 'RE 100'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으면 수출뿐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기 힘든 시대에 와 있다. 산업단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광이다. 공장 지붕 위나 공장내 빈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갖춰, 공장 자체 전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공장내에 태양광 설비를 해서 자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설치 비용의 70%를 정부가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사업으로 구미산업단지의 300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태양광 설비를 하고 있다."
대구권大 출신 임원 비결 "운 좋았다"
디지털+그린 접목 단지 '스마트 산단'
제조업 경쟁력 높이는 첨단화로 진화
'RE 100 캠페인' 협력사 참여 요구 커
구미산단 300여곳 자체 태양광 설비
신재생 에너지 생산 제품 수출의 시대
탄소중립 애로 많지만 지속 성장 노력
▲태양광사업자가 공장 지붕을 임대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성과가 없다고 들었는데…
"민간 사업자가 공장 지붕을 임대하는 경우는, 공장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매각할 때 소유권 문제가 복잡해지는 등의 이유로 기업인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산단공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임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공장 내 태양광 보급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단지를 많이 다니면 현장의 애로사항도 많이 들을 것 같다.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많이 듣는 애로 사항은 인력 부족 문제다.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된 제조 공정을 운영하기 위한 숙련된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은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애로사항은 스마트 공장 도입이나 디지털화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다. 설비와 기술 도입 비용이 높아, 디지털 전환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친환경 경영을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압박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어려움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산업단지가 출범한 지 올해로 60주년이다. 그 의미는.
"1964년에 우리나라 첫 산업단지인 서울 구로공단(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이 출범했다. 이후 전국 곳곳에 수많은 산업단지가 조성돼 지금은 1천306개에 이른다. 60년 동안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산업단지는 단순한 공장이 몰려있는 곳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다.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라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산단공은 산업단지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산업단지는 '신산업이 역동하고 문화가 숨 쉬는 산업 캠퍼스'로 진화할 것이다. AI(인공지능)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세대간·지역간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공간으로 변신할 것이다."
▲산단공에 근무하면서 기억 남는 일은 무엇인가
"입사 초기에 국제협력과에 근무하면서 '경남국제기계박람회(KIMEX, Kyungnam International Machinary Expo)'라는 전시회를 당시 과장으로 모셨던 분과 함께 기획해 개최한 적이 있다. 첫 박람회지만 나름 성공했던 전시회였다. 첫 행사 이후 산단공의 경영 방향이 새로 정립되면서 전시회를 경남도로 이관했다. 그 전시회가 지금은 '한국국제기계전시회(KIMEX, Korea International Machinary Expo)'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우선 기억에 남는 일이다. 최근의 기억은 경북지역본부장을 할 때다. 관내 농공단지가 구조고도화 사업으로 모습이 크게 달려졌을 때 입주기업인들이 좋아했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함께 노력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구에 있는 공기업인데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직원들이 많아 썰렁하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서울 출신들이 많아 주차장이 텅 비었는데, 지역인재 할당으로 지역 출신들이 꾸준히 입사하면서 지금은 주차장이 꽉 차 있다. 점차 대구에 안착하고 있다. 지역 대학 출신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웃음)."
인터뷰를 마치니 퇴근 시간이 됐다. 윤 본부장은 대구혁신도시 내에 있는 숙소로 걸어서 퇴근했다. 필자와 헤어지면서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이 아니면 수출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탄소 중립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번 더 강조했다.
김진욱 논설위원 jwook@yeongnam.com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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