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포항제철소 품질기술부 과장이 'AI 모델 활용 이강종 판정체계 개선'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중국 수요 감소로 철강 경영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철강사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2017년부터 '스마트 기술 경진 대회'를 열어, 제철공정의 스마트 성과 공유와 다른 공정으로 확산시키고 현장 기술 엔지니어의 기술 역량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4년 스마트 기술 경진대회'에서는 이호진 포항제철소 품질기술부 과장의 'AI 모델 활용 이강종 판정체계 개선' 과제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물리식 기반의 인공 신경망 모델을 활용한 판정모델을 개발해 슬래브(Slab) 실수율을 크게 향상했다. 포항제철소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이호진 과장을 9일 만났다.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한다.
"금속을 전공하고, 포스코에 입사한 지 11년 차가 됐다. '품질시스템 섹션'에서 포항제철소의 품질 향상 및 낭비 저감 관점에서 시스템을 개선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도 스마트 기술 경진대회 개최 초기부터 '나도 언젠가 경진대회 발표 단상에 서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 이번 과제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유관 부서의 선후배, 포스코 DX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
▶어떤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심사는 △효과 △기술수준 △확산성 △발표력 등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단지재무성과(효과 항목)로 수상했다. 하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제철소장과 생산전략기술실장, 공정품질부소장이 'Risk에 대한 보증 방안'까지 고려했다는 뜻밖의 칭찬을 들었다. 돌이켜 보면 '기술 수준'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수상 과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AI 모델을 활용한 이강종 판정 체계 개선'이다. '이강종 판정'은 다양한 강종을 연속 생산할 때 중간에 섞여 사용하지 못하는 부위를 판정하는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부위까지 이강종으로 판단해 제거하면 낭비가 발생한다. 이 판정 기술은 포스코에서도 월드 퍼스트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방대한 물리식을 포함한 모델을 활용해 정확한 이강종을 판정하는 게 이 기술의 특징이다. 저는 '물리 지식 기반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모델의 물리식을 유지하면서 최근 실적을 재학습하는 형태로 6개월 만에 '물리식 기반의 AI 판정 모델'을 만들어 정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슬래브(Slab) 실수율 낭비를 대폭 개선해 제철소의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특히 32개월이 소요된 기존 모델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정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 그리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직속 상사인 품질기술부장이 매일 직원들과 아침 인사를 하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실행이 중요하다. 내가 책임질 테니 도전해 봐라! 우리 한번 해보자!'라는 말이다. 처음 부담스럽기만 하고,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실제로 이강종 판정 시스템을 스마트 기술로 해결해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과제를 진행하기까지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선배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도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어느 순간, '어? 이거 한번 해볼 만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부장이 강조한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마음에 와 닿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발 중이거나 계획한 다른 기술 과제가 있나
"'금속쟁이'에게 스마트 기술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마트 기술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다 보니 업무 속도가 크게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이 스마트 기술에 접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다음 과제로 정형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 볼까 한다. 비록 인프라 구축은 단기적인 효과가 없어 이번 과제처럼 주목받기 어렵겠지만, 인프라가 잘 구축돼 여러 후배들이 활용하게 된다면, 제 과제보다 더 큰 성과의 과제들이 발굴되고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제가 무언가를 개선하고자 할 때 주변에서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포스코의 소통과 협업 문화 덕분에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금속 지식과 스마트 지식을 융합해 지속해서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할 생각이다. 또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회사의 AI 분야 유학 과정을 통해 스마트 지식의 깊이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포스코의 스마트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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