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에 녹아내린 전기차 충전기. 연합뉴스 |
지난달 국내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발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에 구매한 지 3년도 안된 전기차까지 처분하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19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가 지난 8월 한 달 간 전기차 매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천 화재사건 이전인 7월 대비 전체 전기차 출품량이 2배 늘었다. 데이터 분석은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 '첫차옥션'을 통해 이뤄졌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매물로 나온 전기차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구매한 지 3년이 채 안 된 차량을 처분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달 출품된 전기차를 연식별로 살펴보면 2024년식 매물 출품 대수가 250% 증가해 전월 대비 최고 폭으로 늘었다. 절대적인 비중은 2022년식이 가장 높았다.
인천 화재 사건에서 불이 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는 전월 대비 267% 급등했다. 화재 사건 후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고 매물로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225%, 기아는 169%의 증가 폭을 나타냈다.
반면 현대차 중고 전기차 물량은 5% 증가에 그쳤다. 현대와 기아는 화재 이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 홍보와 신뢰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고 전기 승용차 등록 대수도 전월 대비 15% 가량 감소했다. 지난 8월 전국 중고 전기 승용차 등록 대수는 3천3대로, 전월(3천529대)보다 526대(14.9%↓) 줄었다. 사용 연료별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경유가 12%, LPG가 10.3% 각각 하락했다.
꾸준히 증가하던 전기차 인기가 꺾인 것은 지역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는 지난달 전기차 156대가 중고 거래됐다. 7월(206대) 대비 24.3% 줄었다. 경북은 6.9%로 소폭 감소했다.
수입차 브랜드별 중고 실거래 대수 상위 10위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이 절반을 차지했다. E클래스 5세대(2천85대)가 가장 많았으며, S클래스(4위), C클래스(5위), E클래스 4세대(7위), GLC 2세대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중고차 출품 및 실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차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출품되는 전기차 비중이 높지 않았다"면서 "최근 전기차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온라인 경매를 통한 전기차 매각 활동이 한동안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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