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실이 된 기후 위기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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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6  |  수정 2024-09-26 07:06  |  발행일 2024-09-2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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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기자 (사회부)

"살면서 이런 더위는 처음이여~"

추석 명절에 오랜만에 뵌 할머니의 이 말은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했다. 수십 년간 한 곳에 살며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잘 지내왔다는 할머니는 이제 거실에도 에어컨이 필요하겠다고 했다. 기후 위기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고, 먼 미래의 일도 아니었다.

올여름 나타난 기록적인 폭염은 많은 이들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갔다. '2024년 온열 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선 올해 온열 질환자가 3천668명 발생했고, 이 중 34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경북에선 355명이 온열 질환을 앓았고, 이 중 6명이 숨졌다. 이는 작년보다 늘어난 수다. 농가·어가에서도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극심했다.

매일 날씨 예보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인공지능(AI)이 일기 예보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두고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그 AI 덕분에 날씨와 관련된 기사를 더 많이 쓰게 생겼다. AI를 사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후 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기상학자들도 앞으로 기후 위기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라니냐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극심한 무더위를 보였기 때문에 라니냐 전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당장 내년부터 폭염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한다. 폭우·폭설로 인한 위험도 당장 올겨울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기상학자는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상 전망이 틀릴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기상 분석 결과 이상 기후가 나타날 확률이 55%이고, 아닐 확률이 45%일지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날씨가 곧 국민의 재산,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전망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도 기후 위기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등 거시적인 목표는 물론, 쪽방촌·반지하 저소득층 가구와 홀몸 어르신·장애인 등 이상 기후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 또,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이상기후 발생 소식을 제때 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위험을 어떻게 알릴지도 고민해야 한다. 위기는 더 커진다. 이제는 대처해야 한다.

박영민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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