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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동호회 '현의향'을 이끄는 배효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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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추석맞이 제9회 달구벌국악축제에서 '현의향' 가야금 동호회가 공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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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향' 가야금 동호회 배효진 대표와 회원들이 공연 연습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는 매주 가야금 합주 연습이 이뤄진다. 단순한 취미 동호회를 넘어, 이들의 가야금 소리는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을 가진다. '현의향'이라는 가야금 동호회는 지난 2015년 배효진(43) 대표의 지도로 시작됐으며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국악을 통해 자신을 되찾고 있다.
이양순(69)씨는 34년간 장사를 하며 바쁜 삶을 살아왔다.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난 후 우울증이 찾아왔지만, 가야금을 배우며 다시 삶의 활력을 찾았다. 이씨는 "학창시절부터 가야금 소리를 좋아했다. 매주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우울증을 극복했다"며 1시간 일찍 연습 나올 정도로 애정을 보인다.
6개월째 가야금을 배우는 김보혜(40)씨는 초등학생 아들과 일상 속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야금을 잡았다. 김씨는 "가야금을 뜯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생활의 지혜까지 얻고 있다"고 했다.
이봉희(58)씨는 현의향에서 6년을 함께한 멤버로, 가야금이 자신을 살렸다고 말한다. 이씨는 "사업이 망하고 집안의 모든 것을 잃었다. 정신없이 살다가 건강도 나빠져 수술까지 받았는데, 가야금을 접한 뒤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며"가야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삶의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가야금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다. 현의향을 이끄는 배 대표는 경북예고와 영남대를 나온 가야금 연주자이자 기획자로, 로사가야금오케스트라 단원이다. 지난 2012년부터 가야금을 가르쳐온 배 대표는 처음엔 사람들이 가야금으로 치유 받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가야금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며 그 힘을 새롭게 알게 됐다.
배 대표가 가야금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고령에 있는 고령우륵악기연구원 김동환 선생님과 김세일 선생님은 배 대표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스승인 정미화 교수는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도록 항상 넓은 품을 내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스승은 그의 아버지다. 배 대표는 "아버지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 공연을 찾아오셨다. 저를 최고라고 칭찬하시며 언제나 응원해주셨다"며 아버지의 사랑과 지지가 자신의 음악 인생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에게 가야금의 매력을 전하고, 그 치유의 힘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악은 어렵지 않아요. 더 많은 사람이 가야금과 국악에 관심 가져주길 바랍니다."
글·사진=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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