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진단하고 수술 후 보조요법 '폐암' 공포 → 완치 희망 커진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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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5  |  수정 2024-11-05 07:54  |  발행일 2024-11-05 제14면
'암 사망 원인 1위' 폐암, 조기 진단·표적 항암제 도입…'5년 생존율' 88%

일찍 진단하고 수술 후 보조요법 폐암 공포 → 완치 희망 커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은 절망과 두려움에 빠진다. 암을 죽음과 직결된 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하는 의학 기술로 암은 더 이상 완치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도 예외가 아니다. 조기 진단과 표적 항암제의 도입으로 '5년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며, 완치를 향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

증상 거의 없고 전이 쉬워 사망률 ↑
환자 30% 비흡연자…늦은 검진 많아
전체 폐암 80~85% 비소세포폐암 차지
EGFR 억제제, 재발 위험 73% 감소해
타 항암제比 부작용 적은 '오시머티닙'


증상 없는 폐암,
조기 진단이 완치를 위한 첫 걸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폐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폐암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병이다.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사람 5명 중 1명이 폐암 환자일 정도로, 폐암은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폐는 감각 신경이 없는 장기라 암이 커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80%의 환자가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폐 주변에는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암이 쉽게 전이된다. 특히 폐암은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폐암 환자의 40%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상태에서 암을 발견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폐암의 원인이 흡연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0배 이상 높지만,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30%는 비흡연자이며 여성 폐암 환자의 약 94%는 흡연 경험이 없다. 즉, 가족력, 간접흡연, 라돈, 실내 공기 오염 등 다양한 요인으로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비흡연 여성들은 폐암 검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 시기에 이미 4기인 경우가 많다.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 재발 막는 EGFR 억제제

폐암은 종류와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먼저 폐암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소세포폐암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며, 수술이 가능한 병기일 경우 수술이 표준 치료로 여겨진다. 초기 암 단계에서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은 완치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비소세포폐암은 발생 부위와 진행 방향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선암으로, 특히 비흡연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비소세포폐암은 EGFR, ALK, ROS1, BRAF 등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데, 그중 선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변이는 EGFR이다. 이 유전자 변이가 중요한 이유는 특정 표적 항암제로 해당 변이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GFR 변이에 의한 비소세포폐암은 표적 항암제의 일종인 EGFR 억제제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특히 EGFR 억제제는 수술 후 재발을 막는 중요한 치료제로 활용된다. 초기 폐암 환자도 수술 후 약 30~40%에서 재발이 발생하는데, 1기의 재발률은 20%, 2기는 40%, 3기 이상은 70%에 달한다. 최근 3세대 EGFR 억제제인 '오시머티닙'을 수술 후 투여한 결과, 1B기3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위약군 대비 73% 감소했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수술 후 오시머티닙을 복용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폐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3세대 EGFR-TKI '오시머티닙',
5년 생존율 88%로 끌어올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12.5%에서 2017~2021년 38.5%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에 이어 5년 생존율이 세 번째로 낮은 암이라는 점에서 오시머티닙의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수술 후 표준 치료인 백금 기반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시스플라틴을 사용한 보조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이내 재발 또는 사망률은 1B기 약 45%, 2기 약 62%, 3기 약 76%로 보고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백혈구 감소, 탈모, 설사, 구내염, 구토 등으로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반면, 오시머티닙은 다른 작용 기전을 통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오시머티닙은 2020년 미국 FDA로부터 완전 절제술을 받은 초기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보조 치료를 위한 혁신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2021년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수술 후 보조요법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EGFR 억제제로 자리 잡았다.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준홍 교수는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선암으로 진단될 경우 EGFR 돌연변이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EGFR 변이를 가진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오시머티닙은 놓칠 수 없는 탁월한 선택지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시머티닙을 비롯해 폐암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환자와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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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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