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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베트남 호찌민시 소재 파머스마켓에서 '2024 의성군 해외 마케팅 조사 및 탐방단'에 참여한 옥무성 대표(농업회사법인 채비정·완쪽 셋째)가 '호찌민시 의성군 농·특산가공품 판매장'을 관리하는 브랜뉴-K 유하림 이사(왼쪽 둘째)로부터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과 가격, 포장 디자인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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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에서 생산된 농·특산가공제품이 베트남 호찌민시(10개소)와 다낭시(16개소) 약국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웰빙바이오와 의성농산이 생산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 중인 호찌민시 1군 지역 약국 전경.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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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재포장돼 호찌민시 1군 소재 약국에서 판매 중인 웰빙바이오 제품. 대나무 박스와 붉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눈길을 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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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 1군 소재 의약품 도매상 밀집지역에 문을 연 '호찌민시 의성군 농·가공특산품 판매장' 입구.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농산물과 농·특산가공제품의 해외시장 수출을 위해 손을 맞잡은 의성군과 영남일보의 노력이 가능성을 넘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성군과 영남일보가 지역 신선농산물과 이를 원재료로 가공한 건강기능식품 등을 베트남에 수출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 지 7년 만이다.
사업 시작 첫해에 양 기관은 '호찌민시 의성군 농·특산물 판매장'을 개설하고, 매년 신선농산물 생산자와 농·가공품 생산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해외시장개척단이 판촉 활동에 나서는 등 베트남 수출 교두보 마련에 주력했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로 평가된다.
◆긴 호흡으로 기초 체력부터 탄탄히 다진 의성군
올해도 의성군과 영남일보는 '2024 의성군 해외 마케팅 조사 및 탐방단(이하 탐방단)'을 구성해 19~23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했다.
의성지역 신선농산물 생산자와 농가공업체 대표 등이 참여해 진행하는 이 행사는 현지 도소매업소와 중·대형 마켓 등을 대상으로 수입 신선농산물과 건강기능성식품 현황 조사와 함께 이를 기반으로 한 수출전략 수립과 판매하기 위해 진행됐다.
의성군과 영남일보는 2019년 의성에서 생산된 신선농산물과 농가공특산품 등의 베트남 수출을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4년 전 코로나19로 사업이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성 지역 농특산물을 원재료로 가공한 건강기능식품(웰빙바이오, 의성농산)이 베트남 현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호찌민시 10개소, 다낭시 16개소 등 26개소) 납품에 성공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는 다년간 시장 조사를 통해 누적된 유통 경로와 수요 등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품 판매장을 건강과 미용 관련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약국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가능했다.
특히 베트남 시장의 성수기인 '설(땟)'과 '스승의 날' 등에 맞춘 판촉 전략과 현지 수요에 맞춘 가격 책정, 그리고 현지인의 감성에 맞춘 상품 포장지 개발 등이 시장 개척에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더 큰 성과는 지역 신선농산물 생산자와 농가공식품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시장 조사단의 활동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살피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데 있다.
◆바이어 상담과 시장 조사 등 축적된 경험에 호응하는 탐방단
꾸준한 사업 추진을 통해 축적된 자료와 경험에 힘입어, 현장 답사에 참여하는 지역 생산자와 업체 관계자의 반응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답사 과정에서 현지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목과 가격, 제품을 포장하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탐방단은 19~21일까지 호찌민시 1군 지역 내 약국과 중·대형 마켓, 신선농산물 시장 등을 탐방하는 빡빡한 일정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한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바이어상담회로 이어졌다. 21일 오후 3시(현지 시각) 호찌민시 의성군 농·가공특산물판매장(1군 소재 )에서 시작된 상담회가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토론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5시간 만인 오후 8시에 마무리됐다.
한편, 이번 탐방에 참여한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현지 바이어와의 토론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베트남 시장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에 목마른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부른 가격 하락
이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악재도 있었다. 최근 사과와 배 등 신선농산물의 베트남 현지 납품 가격이 국내 시세보다 훨씬 낮게 형성되는 기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빌미는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한 지자체가 제공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해외 판촉에 나선 지자체 대부분이 특판행사를 이유로 저가 공세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실제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 베트남 수출에 나선 신선농산물 품목이 사과와 배에 집중된 탓에 실적 쌓기에 급급하면서 추후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저가 판매에 따른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다 지자체별로 신선농산물 수출을 지원하는 예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지 수입업체가 지자체에 '수출 실적'을 무기로 단가 후려치기가 행해지기도 했다.
자신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현지 수입업체의 상술은 정부와 지자체가 투자한 유통기관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 외에도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해외 판촉을 대행하는 일부 수출 전문업체와 지자체 등이 특판행사 이후, 팔지 못한 남은 제품을 현지 도매업체에 저가로 넘기는 사례도 잦아졌다.
그 피해는 정상적인 유통경로로 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수입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실제 의성의 A업체에서 생산해 정상적인 수입 경로를 거쳐 베트남 현지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과 같은 흑마늘 제품이 정상 판매가의 10%가 조금 넘는 가격으로 현지 시장에 풀렸다.
자연히 의성군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제값을 주고 구매한 현지 소비자가 "가격을 심하게 부풀려서 팔았다"는 항의와 함께, 환불을 요구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신선농산물의 경우 베트남 현지 수입업체가 선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률에 대한 보상책으로 저가 납품을 요구하는 관행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수출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베트남 현지 중·대형 마켓과 체인망을 갖춘 유통회사까지 한국산 신선농산물에 대한 저가 납품을 요구하는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
실제 2년 전 의성에서 생산한 사과와 딸기 등 신선농산물 납품을 위해 상담하던 과정에서 호찌민시 소재 A마켓 관계자가 특판용 제품의 납품가격을 30~40% 정도 낮춰 달라고 요구해 행사가 무산될 뻔한 사례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한 광역지자체가 후발주자로 베트남 시장의 저가 출혈 경쟁 대열에 가세해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 "새로운 먹잇감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등 한국산 신선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기고 있다.
◆눈앞의 실적보다, 장기적 성과에 방점 둬야
의성군과 영남일보는 베트남 시장 진출 과정에서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있다.
신선농산물 수출을 국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질러 가격이 폭락했을 때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최소한으로 줄이고, 농가공특산품인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늘리기 위한 소매점 공략으로 전환한 것이 좋은 예다.
또 실구매력을 갖춘 검증된 현지 바이어의 발굴과 섭외를 통한 실속 있는 상담회 진행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호찌민시 의성농특산물판매장을 중심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호찌민시 소재 약국 10개소와 다낭시 소재 약국 16개소 등 모두 27개 매장을 확보해 판매 중이며, 베트남 설 명절(땟) 특수에 대비해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치적을 쌓기 위한 일회성 행사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의성에서 생산된 신선농산물과 농가공품에 대한 현지 바이어와의 신뢰 관계 형성과 유통망 확보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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