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온 국민이 계엄 사태 지켜봐…尹 옹호는 보수 다 망하자는 것"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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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2  |  수정 2024-12-23 07:33  |  발행일 2024-12-23 제3면
<인터뷰>탄핵정국 해법을 말한다…유승민 전 의원

탄핵 때문에 정권 뺏긴 것 아냐

전혀 안변한 우리 자신들 때문

與 중도·청년층 이야기 안들어

'내란옹호당' 이미지만 쌓는중

TK주민이 옳게 보고 있을지

지역의원들 스스로 고민해야
유승민 온 국민이 계엄 사태 지켜봐…尹 옹호는 보수 다 망하자는 것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거 가진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에 이야기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유승민 전 의원에게 보수는 '삶'이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 정의를 지키는 보수는 그에게 미래이자 최우선 가치였다. 그런 보수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쪼개져 가는 당, 점차 극우로 변해가는 당내 문화,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판단하는 당내 의원들까지. 유 전 의원은 잠행을 깨고 언론 인터뷰를 시작했다. 당장 누군가는 당이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수당의 미래는 없다고 확신했다.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서 영남일보와 만난 유 전 의원은 현안과 관련한 날카로운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8년 전 탄핵에서 배운 게 없다고 지적했다. 현 보수는 어떤 상황인가.
"보수가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거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안 듣고 계속 '탄핵 반대당' '내란 옹호당' '내란 방탄당' 이미지만 쌓여가고 있다. 비상계엄과 내란에 진짜 몸서리를 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저당은 뭐야'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지난 탄핵으로부터 하나도 배운 게 없다'는 표현을 썼다. 지금은 그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나.
"당의 한심한 대응 때문이다. 8년 전에는 대통령 본인도 국민들한테 세 번이나 사과했고,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도 국민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고개 숙였다. 그다음에 헌법재판소 심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당에서도 절반 이상이 탄핵에 찬성했다. 국정 농단 사태가 발생했고 당이 그걸 미리 막지 못했던 측면에 대해 우리가 반성했다는 의미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나서고 있고, 당내 다수가 그런 대통령 편을 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우리가 막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대통령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탄핵정국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어떻게 보나.
"한 전 대표가 처음 비상계엄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며 막은 것까지는 잘했다. 다만, 그 이후 한 전 대표가 오락가락하면서 많은 악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당이 된 거다.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라는 직을 걸고 반대 당론을 끝까지 막았어야 했다. 당 대표직을 걸 테니 탄핵 반대 당론을 철회해라. 자율 투표도 해라. 만약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는 이 순간부터 당 대표를 사퇴한다. 그러고 떠나버렸어야 했다. 그래야 당이 잘못 가고 있는 길을 바꿀 수 있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간단하다. 8년 전에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하는 바람에 정권을 뺏겼다. 이런 단순 논리다. 제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탄핵 때문에 정권을 뺏긴 게 아니하는 점이다. 탄핵은 잘못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한 거다. 지금도 그때보다 훨씬 더 중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한 게 맞다. 탄핵 때문에 정권을 뺏긴 게 아니라, 탄핵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우리 자신들 때문에 정권을 빼앗긴 거다. 탄핵을 당했으면 그 잘못된 부분을 수술로 도려내고 더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야 하는데 말이다."

▶비상계엄은 반헌법적이라고 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많은데.
"이번 비상 계엄에 대해 그게 헌법 위반이 아니다. 그래서 탄핵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계속 고집한다면 그건 당 망하자는 소리와 같다. 보수 망하자는 소리랑 똑같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잘못을 저지른 거지 대한민국 보수가 탄핵당할 잘못을 한 건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계엄 사태를 온 국민이 밤새도록 다 봤다. 그 상황에서 우리 당원들과 의원들이 내란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 정당은 헌법 질서 안에서 존재할 수 없는 당이 되는 것이다."

▶대구경북(TK)지역 의원들에게도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영남지역 국회의원들도 하나하나가 다 헌법기관이다. 그날 당장 국회 담을 넘고 들어가 계엄 해제를 의결해야 했다. 지역 의원들은 계엄 상황을 다 봤는데도 내란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일부 TK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을 색출하고 쫓아내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 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영남은 나라를 제대로 세우려는 DNA 같은 게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판단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이 과연 우리 의원들의 행동을 옳게 보고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특히 TK 국회의원들 25명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TK 지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의 힘'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지속하지 못한다. 저는 TK 시·도민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가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시·도민들이 진짜 이거는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이게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가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TK 시·도민들 대다수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것이라 본다. 지금 탄핵에 반대했던 일부 TK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얼굴이 정말 화끈거리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에 TK 시·도민들이 이를 혼낼 줄 알아야 한다."

▶당원들에게도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탄핵 반대 의원들이 당권을 잡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 사람들이 대선을 지려고 작정을 했구나, 대선에서 져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구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예컨대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은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 후보는 일부 극우적인 사람들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를 국민들이 이해하겠나. 우리 당원들한테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건 이대로 가면 당은 결국 사라질 거라는 거다. 의원들이 민주당에 정권을 갖다받치는 행위를 하고 있는데, 왜 당원들이 가만히 보면서 용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안이 온다면.
"당이 옳은 길을 갈 수만 있다면, 저는 뭐 비대위원장이든 뭐든 당사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든지 무슨 일이라도 가리지 않겠다. 당이 지금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의 잘못된 방향을 제가 막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런 동지들을 규합해 잘못 가는 방향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지 할 생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울산이 지역구인 김상욱 의원 같은,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와 같은 그런 게 필요하다."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견해와는 크게 다른데.
"당초 홍 시장은 이번 사태를 '해프닝'이라고 언급했고, 나는 '실패한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정치인은 자기 입 밖에서 나온 말에 책임져야 한다. 홍 시장은 탄핵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향후 국민의힘 경선에서 본인은 그 발언들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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