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샌드박스·데이터센터로 'AI 시범도시' 꿈꾸는 대구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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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2  |  수정 2025-01-02 07:54  |  발행일 2025-01-02 제8면
AI 대전환 준비 속도
메가 샌드박스·데이터센터로 AI 시범도시 꿈꾸는 대구
"대구가 AI(인공지능) 시범도시가 되려면 시민 누구나 AI를 쉽게 경험하고, 시민의 니즈와 경험이 사업이나 문화발전으로 연결돼 다양한 삶의 제반 영역에서 피드백이 확대돼야 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달(2024년 12월) 2일 대구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직접 '대구시 AI 시범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한 발표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그는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AI 도시를 구상해 봤다. 시민들이 각종 AI 서비스를 일상에서 이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며 "AI 기반 생태계를 확장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구가 그중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구가 AI 등 디지털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각종 정부 정책 사업을 따내고 민간 기업을 유치하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후보지와 'AI 시범도시'로도 언급됐다. 대구시와 지역 산업계는 내실 있는 지역 AI 대전환을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있다.

市, 규제프리존 활용 광역단위 파격적 '메가 샌드박스' 추진
SK, ABB 중심지 수성알파시티에 AI데이터센터 건립예정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땐 디지털산업 혁신 거점 기폭제


◆파격적 '메가 샌드박스' 필요

최태원 회장은 인력 및 인프라 부족, 투자 편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산업계를 위해선 파격적인 메가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가 샌드박스는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범위를 대구경북권, 강원권, 충청권 등 '광역 단위 지역'에 적용해 규제를 유예하자는 개념이다. 교육, 인력, 연구개발(R&D) 등 각종 인프라와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규제 개혁에 공감하며 대구시가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 제도를 활용해 최 회장의 메가 샌드박스 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의 규제프리존 추진은 통합 대구경북특별시를 비(非)수도권 성장 거점이자 두바이와 같은 규제프리존으로 조성하기 위해 13개 특구 의제와 12개 규제 배제특례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신공항 인근과 K2 후적지에 규제프리존 구축을 진행 중이다.

지역 ICT 업계에서도 규제 혁파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윤하 스피어AX 대표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성알파시티에 신산업 실증 테스트베드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 로봇이 수성알파시티 내 도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풍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 산업 인프라 '착착'

대구시는 현재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은 민선 8기 대구시정이 들어서며 5대 미래 신(新)산업 중 하나로 ABB(AI·블록체인·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최근엔 수성알파시티와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지역 산업단지에도 AI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6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AI 로봇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구경북 정보통신업계(ICT)에서도 ABB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AI 기술을 보유한 지역 기업 비중이 높은 것은 고무적이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의 2023년 지역 ABB산업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ICT 업체 200개(총 2천876개 중 선택 조사) 중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32.5%로 가장 높았다. 빅데이터가 31.5%로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고, 블록체인은 10.5%에 불과했다. 그만큼 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ABB 산업 중심지인 수성알파시티는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에 선정돼 현재 1단계 거점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지역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거점을 조성해 인재와 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체계와 디지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학·연 협력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식기반산업시설 용지를 3만3천평에서 5만4천평까지 늘리고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으로 규모도 확장되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와 투자 유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 입주기업에 ABB성장펀드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총 747억원의 펀드로 인터엑스, 텔레칩스 등 역외기업과 투자를 모두 유치한 결과도 낳았다. 역외 기업을 수성알파시티에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인 셈이다.

◆AI 대전환

대구시는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사업의 2단계로 '글로벌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대전환) 혁신 연구 허브'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열린 국가AI위원회의 '국가 AI 정책 방향' 발표에서 나온 내용으로, 대구엔 글로벌 AX R&D 허브를, 광주엔 AX 실증 밸리 조성이 검토되고 있다. 대구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한 상태다.

시는 글로벌 AX R&D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DGIST 글로벌캠퍼스 건립도 계획 중이다.

SK그룹이 추진하는 대구 수성알파시티 내 8천억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AIDC)가 'AX 연구개발 허브 조성'의 핵심키가 될 전망이다.

SK<주> C&C와 SK리츠운용<주>이 공동 추진하는 AIDC는 고성능 AI 인프라를 활용, 기업 데이터를 수용해 저장·분석·연계한 고도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수성알파시티 AIDC는 부지 9천917㎡, 연면적 2만9천700㎡ 규모로 건립된다. 최대 26ITMW(IT용량 ㎿) 규모다. 전액 민간 자본으로 구축·운영된다. 크게 '클라우드 & AI 데이터센터'와 'AI 리서치 존'으로 구성된다.

최기빈 SK리츠운용 프로젝터 리더(PL)는 지난해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 중 수성알파시티 AIDC 사업설명회에서 "차세대 기술형 AI존도 구축해 첨단 기술이 지역사회에 잘 접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SK C&C의 기술을 도입해 AI 기반 앱 테스팅 플랫폼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3월 리츠 설립 후 6월까지 인허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2027년 하반기 준공 후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시는 AIDC로 조성될 지역 데이터산업 생태계를 발판 삼아 디지털 혁신 거점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노리고 있다.

최근 수성알파시티는 정부가 추진하는 2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지로 유력하게 떠오른 바 있다. 정부는 비수도권 2곳에 AI 컴퓨팅센터를 건설해 국내 AI 컴퓨팅 생태계 육성에 힘쓸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NPU(신경망처리장치),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 국산 AI 반도체 도입, 특화 HW(하드웨어)·SW(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및 적용 등이 추진된다. 국가AI컴퓨팅센터가 지역에 유치되면 대구가 AI 시범도시로 거듭나는데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AI 지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산업의 AI 전환에 노력 중"이라며 "최근 정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과 비수도권 AI지역거점 조성 방안을 발표했는데, 앞으로 글로벌AX 연구허브 조성 예타 면제를 잘 마무리하고, SK AI데이터센터 구축과 연계해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협력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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