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대구경북 금융·건설·유통업계 미칠 영향은

  • 윤정혜
  • |
  • 입력 2025-01-20  |  수정 2025-01-21 08:33  |  발행일 2025-01-21 제3면
달러 강세로 원자잿값 상승 우려…우크라 재건사업 수혜 기대
[트럼프 2기 출범] 대구경북 금융·건설·유통업계 미칠 영향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
[트럼프 2기 출범] 대구경북 금융·건설·유통업계 미칠 영향은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집행부는 반도체, 2차전지와 같은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이후 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트럼프와 그의 2기 집행부 인사들이 예고한 정책 기조와 메시지를 바탕으로 지역 금융, 건설산업, 유통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금융시장,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금융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쏟아낼 100건에 이르는 행정명령과 관련 조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 정부 정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에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이 주목해야 할 주요 행정명령으로 △불법이민 차단 △보편적 관세 도입 △대중국 관세 및 규제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확대 △친 가상화폐 정책 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1호 행정명령 가능성이 큰 불법이민 차단 조치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지 시장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고용시장 수급 및 임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 이민 차단 조치로 인해 이민자가 감소하면 노동 시장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임금 상승 압력이 커져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환율과 가상화폐 시장도 직접 영향권이다. 환율은 지난해 11월6일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1천5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완만하게 하락도 점쳐진다. 

 

[트럼프 2기 출범] 대구경북 금융·건설·유통업계 미칠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50포인트(0.14%) 내린 2,520.0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트럼프가 친(親) 가상화폐 정책을 공약으로 다수 발표한 만큼, 실제 정책 가시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연구원은 "최근 조정을 받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전고점 수준까지 반등했다"며 "(추가 상승 여부는) 매그니피센트 7(M7, 미국의 주요 7개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기술주의 추가 상승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보편적 관세 실제 시행 여부, 관세 정책을 발판으로 한 중국과의 협상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등으로 인한 대(對)중국 관세 및 규제 강도도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내용이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내성과 학습효과를 시장이 체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취임식 이후 증시 민감 재료인 관세 정책을 급진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트레이드가 재개되더라도 파급력과 지속력은 이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 건설산업 위기와 기회 '공존'
트럼프 2기 출범은 주택·건설업계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부동산시장은 달러 강세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요인을 받고, 미국 금리정책이나 환율 등 금융시장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경제 연구기관과 건설업계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건설원가 상승으로 국내 건설산업에 부정 영향을 미치는 위기 요인으로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예고해 해외 재건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에는 해외 수주 확대와 같은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건설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철근, 석제품, 합판 등의 수입 자재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세 지속과 불확실성의 확대는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나타나 장기적으로는 건설 투자 감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건설업계에 기회의 요인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전쟁 종식 이후 확대될 우크라이나 등 해외 재건시장은 국내 건설업체에 기회로 전망된다.


삼정KPMG는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언급한 만큼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국 건설사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우리 기업의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불안 해소와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 방안의 지속 추진 등 정책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통업계 '부정 영향' 전망 속 면세업계 직격탄


트럼프 체제는 국내 유통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구 유통업계는 트럼프 2기 출범이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2기가 국내 소비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됐다. 유통기업은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 비용부담 증가(42.4%), 트럼프 통상정책(31.2%), 시장 경쟁 심화(21.0%) 등을 꼽았다.

 

또,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 10곳 중 8곳(83.0%)은 국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수출 둔화 등과 함께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경제활동의 큰 축인 소비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대구 유통업계에서 트럼프 2기 출범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면세업계다. 고환율 상황이 길어지는 데다가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가 줄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과 국내외 불안한 정세로 대구지역 면세점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다"며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긴 조심스럽지만, 고환율이 계속되고 중국과의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지금보다 매출액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백화점의 경우, 각 브랜드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 가격을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데다, 명품 역시 환율의 영향을 받을지라도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와닿을 것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생필품을 판매하는 마트의 경우, 미국 등에서 수입해오는 일부 물품이 관세와 고환율의 영향으로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 차원의 여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의 경제적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미국 등 해외 제품을 달러로 수입할 때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수입 제품의 가격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 외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경로를 다양화하고, 달러 대신 유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동적인 현금 흐름을 마련하는 등 관계 당국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정혜·최미애·이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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