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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추경 관련 여야 협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19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론'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이 당내 개헌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자체 개헌안을 만드는 등 본격 준비에 나섰다. 야당 내부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개헌 움직임에 군불을 떼고 있다. 다만 국회 개헌안 마련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 모드'에 들어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조만간 당내 개헌특위를 출범시키고 당 차원의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개헌특위가 내주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당 자체에서 개헌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를 발족해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면서 "우 의장도 개헌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소멸 극복과 권력 남용 문제를 개헌의 명분으로 들었다. 권 원내대표는 "현행 87년 헌법 체제로는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과 의회의 헌법을 위반한 권한 남용 문제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면서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의 주장만 주로 정책에 반영되고 비수도권의 목소리는 반영이 안 되면서 지방소멸 시대로 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상·하원 양원제를 도입해 지역 대표성을 가진 의원들이 (국가) 전체를 보면서 균형 잡힌 시각에서 주요 제도와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개헌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이 땅에 그런 내란과 계엄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탄핵의 종착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헌에 신중한 이 대표의 고뇌를 모르진 않지만, 정치권은 책임 있게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개헌을 능동적으로 밀고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는 개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 관련 질문에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만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이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개헌을 위해선 친명계로 구성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개헌이 가능함에 따라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실제 개헌을 논의할 국회 차원의 특위 출범은 불투명한 상태다.
여권에서는 개헌 이슈를 적극 부각하는 '여론전'으로 야권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역대 국회의장, 원로 의원들이 중심이 돼 개헌에 불을 지피고 있는 만큼, 여론이 뒷받침되면 이 대표도 개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