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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에는 재단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인 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 대학 재정난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구원투수로 인식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한국사학진흥재단은 1조6천억원 사학진흥기금을 기반으로 사립학교 교육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2014년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현재 교육부의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사업' 위탁기관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하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대학 활성화를 위해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국회 통과를 필수로 여긴다. 구조개선법은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담 기관으로서 더 많은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하운 이사장은 "대학의 구조개선의 궁극적 목표는 학생 교육 환경개선이다. 학생이 교육에서 도태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대학 16년간 등록금 동결
교육·연구환경 투자 엄두조차 못내
사립대 구조 개선으로 경영 정상화
교육부 지원사업 위탁기관 수행 중
관련 법률안 반드시 국회 통과돼야
▶사립대학 구조개선 방식은.
"사립대 구조개선은 사학진흥재단의 핵심 업무다. 구조개선은 △재정 진단 △경영 컨설팅 △청산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진다. 재정 진단은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각 대학의 재정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경영 컨설팅은 관련 전문가와 함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한다. 결국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결국 청산, 즉 폐교 절차로 넘어간다. 학교 문을 닫는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재학생과 남은 교직원 처우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 여러 요소가 남아있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돼야 문제없는 구조개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학진흥재단을 방문했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에 대한 역할을 주문했고, 사학진흥재단은 그에 부응해야 한다. 고등교육이 흔들리면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총리도 사학진흥재단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의 주요 사업은.
"대학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융자받는 경우가 있다. 은행에서 빌리면 이자가 높다. 반면 사학진흥재단을 통하면 국고를 통한 융자를 지원받을 수 있어 이자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은행 평균 금리가 4.25%였지만 사학진흥재단은 2.59%에 지원했다. 재단은 사학진흥기금을 활용해 올해 452억원 규모의 융자를 지원한다. 올해 신규사업으로 사립대학 정원 증원 의과대학 융자 1천728억원과 사립대학병원 필수 의료 역량 강화 지원 융자 1천201억원이 있다. 대구한의대가 지난해 한의과대학과 부속한방병원 신축 사업을 하면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경일대 철도아카데미 구축(2021년) △계명대 동산병원 신축(2020년) △대구과학대 강의동 신축(2020년) △대경대 동물조련실습관 신축(2018년) △대구보건대 학생연수원 건립(2015년) 등에도 지원됐다. 그외 주요 사업 중에는 대학생과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3년 3월 개관한 '대구 행복기숙사(수용인원 1천명)'도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학교복합시설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대학과 협업을 통해 학생과 주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시설을 복합적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구가톨릭대가 지역 최초로 기존 내부 강당 건물을 '하양아트센터'라는 문화공연장으로 조성했다. 학생과 주민이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폐교 문제는 향후 크게 다뤄질 과제다. 최근 10년간 대구경북에 5개 대학이 폐교했다. 2008년 아시아대(경산)를 시작으로 2013년 경북외국어대(대구)·건동대(안동), 2018년 대구외국어대(경산)·대구미래대(경산)가 폐교했다. 폐교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운영(위탁)할 교육부의 국립대학자원관리시스템(KORUS)도 중요한 프로젝트다. 2017년 개통해 37개 국립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 운영·관리한다."
▶최근 일부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16년 만에 인상했다. 지역대학의 재정적 상황은.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 지역대학들은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고, 올 들어 17년째 이어가는 곳도 있다. 대학의 등록금은 자체 운영 수입의 50%가량을 차지한다. 각종 세금이나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지출되는 고정비는 등록금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2023년 말 기준,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고정비 비율은 102%다. 등록금으로는 고정비도 모두 못낸다는 의미다. 그만큼 대학들은 재정적 압박이 크다. 그래서 대체 수단으로 국가 예산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 전체 재정 중 국고 비율이 20%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등록금 비중은 제자리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를 못 하고 있다. 최근 대학 교육환경이 초·중·고교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릴 정도다. 고등교육은 별개 영역으로 봐야 한다. 강의와 함께 연구 기능도 있다.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대학의 수입 구조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사학진흥재단은 기관 명칭을 변경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이유는.
"지난해 이사장 취임 후 여러 업무를 하다 보니 '사학'이라는 표현 때문에 한계와 오해가 있었다. 기관의 역할과 업무가 한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학진흥재단은 일반적으로 사립대학을 포함한 국·공립대학의 산학협력단 예결산 확인 및 실태조사 등 여러 업무를 맡는다. 국·공립대학 업무도 분명 포함돼있다. 하지만 기관 명칭 탓에 오해가 가끔 발생한다. 실제 외부에서 '사학진흥재단이 왜 국·공립대학에 관여돼 업무를 맡는가'라는 말들이 있었다.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하고 사학진흥재단 역할을 확대하려면 명칭 변경은 필수다. 현재 내부적으로 어떤 명칭으로 바꿀지를 논의하고 있다. 오는 27일 사학진흥재단 혁신발전위원회가 발족한다. 이날 명칭 변경을 공식화하고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늦어도 연내 명칭 변경을 완료할 생각이다."
▶사학진흥재단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학교에서 활동한 경력이 30년이 넘었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9년간 일했다. 학교에서 교수와 총장 등 모든 보직을 맡아봐서 사립대학의 어려움에 대해 너무 잘 안다.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지금은 당장 마주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주안점을 둬야 한다. 교육계 대부분은 구조개선법이 폐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 인구 감소에 따라 당연히 대학 문을 닫아야 한다는 단순 논리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폐교가 목적이 아니라 대학이 지자체와 함께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건가에 대해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기업체와 대학을 특화해 지역 소멸을 막아야 한다. 대학이 사라지면 젊은이들이 모이질 않는다. 상권도 무너지게 된다. 정책 연구 부문에서도 사학진흥재단이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교육 정책을 얼마나 더 발전시킬 것인가에 주력해야 한다. 사학진흥재단은 재정 분석이나 진단을 통해 많은 정보가 축적돼 있다. 이를 토대로 대학 활성화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대한민국 고등교육 분야에 실질적·혁신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기관이 되도록 힘쓰겠다."
김종윤기자 bell0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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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경북 영주 출신 △안동고 졸업 △경북대 전자공학과 학·석·박사 △동양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철도운전·전기신호학과 교수 △동양대 교무처장, 부총장, 총장 역임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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