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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에 위치한 다보스(Davos)는 리조트타운 또는 컨벤션 등으로 이름을 알린 도시지만, 해마다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흔히,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WEF에서는 각국을 대표하거나 세계적인 기업인·정치인·학자·언론인 등이 모여 글로벌 경제문제를 토론하고 실천적 과제를 모색한다. 지금 전 세계를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미 두 차례 직접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열린 제55차 포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첫 주요 연설을 했을 만큼 지명도와 주목도는 대단하다. WEF는 1971년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처음에는 '유럽인 경영 심포지엄'으로 출발했으나 1973년 참석 지역을 전 세계로, 참석 대상을 정치인 등으로 확대하면서 규모와 위상이 점점 커져 오늘에 이르렀다.
건전하고 바람직하며, 필요성도 공감을 얻었던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다보스포럼이 현재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위와 영향력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이 발간돼 관심을 모은다. 뉴욕타임스 경제전문기자인 피터 S. 굿맨의 '다보스맨 : 억만장자들은 어떻게 이 세상을 집어삼켰나'는 다보스포럼을 '지구상 가장 큰 로비활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한다. '다보스맨'은 세계화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사실상 무국적자가 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용어 자체는 '제3의 물결' '문명의 충돌' 등의 저서로 유명한 새뮤얼 P. 헌팅턴이 20년 전쯤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책을 통해 굿맨이 지적한 핵심은 '다보스맨들이 민주주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민주주의의 이상을 방해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WEF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매출액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회비나 참가비도 각각 1만달러를 넘을 정도로 문턱이 높고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영리적이고 폐쇄적인 사교모임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은 낙수효과를 '우주적 거짓말'이라고 강조한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 이후 더욱 견고해진 '빈익빈 부익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낙수효과의 방증인 셈이다. 굿맨은 "지난 수십년간 나타난 불평등은 억만장자 계급이 로비스트를 동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든 결과"라고 일갈했다.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돈으로 돈을 버는 부자보다 노동으로 돈을 버는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높은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언급,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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