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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 24일 영남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호영의원실 제공> |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 삶의 기준이다. 마지막 개헌을 상징하는 '1987년 체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40년 가까운 세월의 변화를 감안하면 대한민국을 '업데이트'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최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개헌의 필요성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관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민의힘도 서둘러 당 차원의 개헌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에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을 내정했다. 법조인 출신에 원내대표 등 당내 요직을 거친 탓에 야당과의 협상을 잘 이끌 수 있단 판단에서다. 평소 '법치'와 '협치'를 강조해온 주 위원장에게 특위를 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좌우 이념 갈등이 가득한 지금의 국회는 국민 삶이 아닌 정쟁에 빠져있고 개헌을 위한 합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 위원장은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시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평가하며 도전에 나섰다.영남일보는 지난 24일 주 위원장을 만나 권력 구조 개편 등 개헌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여당 개헌특위를 맡았다. 소감과 각오는.
"국가 미래를 재설계하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를 선도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상황을 진단하면 헌법 취지를 왜곡시키는 정치 문화, 극단적 대립 정치구조가 문제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의회 독재, 그 결말이 계엄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헌법과 정치 체제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가능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속도감 있는 개헌특위 구성에 집중할 생각이다."
▶원 포인트 개헌 강조하고 있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2007년 1월에 제안했던 원 포인트 개헌에서 출발하자' 이것이 제가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 드리는 제안이다. 노 전대통령이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놓고 던진 개헌안의 골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전환' 단 하나였다. 그래서 원 포인트 개헌이다. 이번에는 정치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미국처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순차적으로 헌법 조항을 바꿔 나갔으면 한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선이 있을 때마다 개헌 과제를 한두 개씩 정리해 발표하면 그것이 정책으로 연결되고, 국민들이 그 개헌 입장을 보고 택할 수도 있다. 헌법 전면 개정을 끌어안기에는 우리의 역량,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개헌특위에서는 어떤 사안을 논의하나.
"구체적인 개헌 내용에 대한 언급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제 등 권력 구조 개편이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중요하다."
▶현행 대통령 단임제 문제점은.
"대통령 단임제는 임기가 5년인 까닭에 장기적인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 또 다음 선거가 없기 때문에 민심과 다른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막강한 권한을 좀 나누자는 거다. 일부는 국회에 넘겨주고 나머지 일부는 지방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나아가 행정부 안에서도 권력을 세분화해 나눠야 한다. 국방, 외교, 안보는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정은 총리가 맡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대통령의 권력이 나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는데.
"중임제의 경우 이론적 근거가 '인간은 누구나 오래 집권하고 싶어하고, 오래 집권하려면 초반 4년을 잘해야 한다' 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반기 4년은 단임제때와 마찬가지로 견제장치가 없기때문에 여전히 독재·독단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직업 공무원제가 미국처럼 확립 안 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공무원 조직이나 공기업 등을 자기 선거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어 오히려 더 혼란이 올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다만 4년 중임제로 하면 재선을 위해서 민심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거다."
▶사실상 개헌을 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하면 된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는 사람 혹은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정치 일정이 늦어지고 그러면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빼고는 사실상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헌정 회원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심지어 헌정회장인 정대철 회장까지도 개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데, 야당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논의가 미뤄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결국 국민이 나서주셔야 한다. 국민 요구와 압박을 이길 수 있는 정치인은 없다."
▶최근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상황을 어떻게 보나.
"표면적으로는 압도적 다수당이 만들어진 탓이다. 22대, 21대 모두 민주당이 170석을 넘었다. 사실상 180석이 넘으면 국회의 모든 장치가 무력화된다. 의원 제명하고 대통령 탄핵하고, 헌법 개헌 말고는 국회의 모든 법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 압도적 의석, 그것 때문에 대화와 타협이 없어졌다고 본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정국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2025년 한국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시국의 엄중함을 여야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격변의 시기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관세 장벽, 안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좀 과장해서 현재 우리 상황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다. 하지만 여야 그리고 정치권에선 외부 상황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당리당략에 따른 권력 투쟁에만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내 최다선이다. 남은 3년 의정활동에 대한 각오는.
"국회 부의장을 하면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정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최다선이기 때문에 지역 현안들에 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대표 발의한 TK신공항법에 필요한 세세한 절차들을 정리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 미래에 가장 중요한 군부대 이전과 후적지 개발 사업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대구시와도 늘 협의를 하고 또 의원들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인의 나이를 70세로 올리는 등 평소 고민하던 법들과 문제들에 대해 입법적으로 좀 매듭을 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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