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비대면 중고거래 악용한 신종 절도…범인은 10대 상습범, 검찰 송치

  • 최시웅
  • |
  • 입력 2025-02-27  |  수정 2025-02-27 09:48  |  발행일 2025-02-27 제8면
[사건속으로] 비대면 중고거래 악용한 신종 절도…범인은 10대 상습범, 검찰 송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9월 7일 오전 11시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집 앞에 세워둔 일반 자전거 2대 중 1대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챘다.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한 A씨는 '혹시나' 싶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전기 자전거를 확인하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라진 전기 자전거는 신품 가격이 230만원에 달한다. 중고 시세도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현장 조사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볼일을 보러 나가던 A씨는 집 앞에 남아있던 자전거 1대마저 없어진 걸 발견했다. 그냥 헛웃음만 났다. A씨는 같은 날 두 번의 도난 신고를 해야 했다.

졸지에 자전거 3대를 모두 잃은 A씨는 얼마 뒤 경찰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A씨 자전거를 가져간 이가 여러 명이란 것. 더 기가 찬 것은 이들이 절도 피의자가 아니라, 유명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자전거를 구매한 평범한 시민들이란 점이었다.

내막은 이랬다. 고교생인 B군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위 '범죄 작업'에 용이한 물건들을 미리 파악했다. 주요 타깃은 자물쇠를 채워놓지 않은 자전거다. 그리고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마치 자기 소유 물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게시물을 올렸다. 구매 희망자가 나타나면 가격 흥정까지 야무지게 했다.
B군은 자기 계좌로 대금을 송금받은 뒤 구매자에게 미리 물색해둔 물품 위치를 전달했다. 영문을 모르는 구매자는 의심 없이 물품을 가져갔다. B군은 '비대면 거래'의 허점을 노려,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셈이다.

B군 범행은 쉽게 덜미가 잡혔다. 이미 수차례 유사 범행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린 상습범이었다. 거래시 본인 명의 아이디·계좌 등으로 진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B군이 팔아 넘긴 자전거만 10여대에 이르렀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10일 B군을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이 사건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부경찰서 측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시 구매자도 신중하게 물건, 판매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대면으로 거래할 땐 자칫 장물을 매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물품이 판매자 소유가 맞는 지 재차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