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덕 포항시장이 1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진 항소심 판결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포항 지진의 정부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가운데 경북 포항 지역 기관·단체가 잇따라 유감을 표명했다.
먼저 이강덕 포항시장은 항소심 판결 직후인 13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이번 판결은 지진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시민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으로, 시민 모두가 바랐던 정의로운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1심 재판부가 오랜 심리를 거쳐 포항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과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민들의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며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시장의 입장문 발표와 함께 포항시는 시민소송단의 대법원 상고 준비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냈다. 또 포항 촉발 지진의 정신적 피해를 일괄 배상하기 위한 관련 입법 추진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도 내세웠다.
포항시의회도 포항시와 발맞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시의회는 “정부는 항소심 과정 중에도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며 스스로 구성한 조사단의 조사 결과조차 외면하며 책임을 회피했다"라며 “2심 재판부도 1심과 다른 판결을 내려 포항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라면서 “의회도 시민들의 실질적 피해보상과 권리회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항소심 판결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즉각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며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범대위는 지진 발생 이후 결성된 시민단체로 정부조사단의 지진 원인 조사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등의 과정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이미 촉발지진으로 결론이 났고, 이에 따라 소송도 하고 특별법도 만들고 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인데 항소심 법원이 그런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각을 시켰다"라며 “대법원에 가서 논의하란 식으로 책임마저 미뤄버렸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한 뒤 즉각 대응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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