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뻐꾹 봄이가네 뻐꾸기 소리 잘가란 인사 복사꽃이 떨어지네/뻐꾹뻐꾹 여름오네 … ' 뻐꾸기 울음소리가 며칠전부터 들린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품게 하는 탁란(托卵) 방식으로 번식한다. 남의 둥지에서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주인 새가 낳은 알과 부화한 새끼를 둥지에서 밀어내 죽이고, 주인 새의 헌신적인 모성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과정은 뻐꾸기의 탁란을 연상케했다. 국힘 지도부는 당의 둥지에서 대선후보의 알이 부화되는 과정에서부터 당원도 아닌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강요했다. 뻐꾸기 알이 되고 싶은 한덕수는 새벽 3시에 권영세· 권성동이 벌인 전대미문의 쇼에 부응해 둥지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의 둥지에서 부화한 김문수의 힘은 강했다. 당원들은 국힘 둥지가 뻐꾸기 탁란 장소로 이용되는 것을 거부했다. 뻐꾸기 알은 하루를 못 넘기고 둥지 밖으로 밀려 추락했다.
뻐꾸기는 탄자니아·모잠비크 등 적도 부근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에는 혹독한 더위를 피해 우리나라까지 온다. 여름 철새다. 민주당의 선대위에 전 한나라당 출신들이 참여하자 '정치 철새들의 새로운 둥지'가 됐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 따른 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동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일어난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 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들이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기초의회 의장은 형식상 의원들의 투표로 뽑지만, 선택의 출발은 지역 국회의원의 의중에 달려 있다. 이들의 이동도 철새의 습성과 다르지 않다. 동물을 형태나 생리적 특성이 아닌 행동의 습성으로 분류한다면, 정치인은 영장류가 아닌 조류로 분류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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